
연말연초마다 가계부에는 주름살이 퍼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먹고 마시는 업체'들은 줄줄이 가격을 올렸다. 연례행사다. 한 때 '정(情)'을 앞세워 서민들 마음을 파고든 오리온은 연초부터 '정 떨어지게' 만들었다. 주머니 가벼운 가족의 생일케이크 역할도 했던 초코파이 1상자(12개) 가격을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나 올렸다. 지난해 9월에도 25% 올린 점을 고려하면 1년4개월 사이 50%, 절반이나 올린 셈이다.
초코파이뿐만이 아니다. 해태제과도 에이스를 포함해 7개 제품 가격을 평균 8.7% 인상했다. 롯데제과도 지난해 11월 초코볼 등 9종 가격을 평균 11.1% 올렸다. 코카콜라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해 12월24일 '산타선물'로 콜라를 비롯한 주요 음료 가격을 평균 6.5% 인상한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도 15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7.3% 올린다. 인상되는 제품은 640여 개 품목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93개에 달한다. 봇물 터진 식음료 값 인상러시는 연초에도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식음료업계는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 일반적으로 인건비와 판매비, 물류, 시스템 관리비 등 수익성 악화를 내세운다. 원재료 가격 상승도 명분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그동안 많이 참았기 때문에 올린다'는 측면이 강하다.
과자에 들어가는 주원료인 밀과 설탕의 국제가격은 최근 1년 새 23.62%와 14.37% 하락했다. 그런데도 초코파이 등 가격은 오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쪽 바닥에선 선두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고 귀띔했다. 시기도 묘하다. 연말연초에 인상이 집중된다. '새해니까, 연말이니까'를 이유로 글로벌 원자재 동향과는 관계없이 관성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않나 싶을 정도다.
평균 7% 올린다고 하면 1000원짜리 제품에 70원 가량 오르는 셈. 고작 70원 올리는 것 가지고 웬 호들갑이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다른 제품가격은 모두 올라도 별 말 없는데, 식음료값 인상을 놓고 눈을 부라리는 이유에 대해 억울하다는 식품업계 항변도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등에 한 번 장보러 가면 요즘 시세로 3인 가족만 해도 20만원은 족히 든다. 평균 7% 오른 가격이 찍힌다면 1만4000원. 먹성 좋은 아이들을 둔 집안에서 한 달에 마트 2번을 간다 해도 2만8000원 추가다. 1년이면 34만원 추가다.
그 만큼 더 벌어야 속칭 '똔똔'을 맞춘다. 월급 인상은 따라가지 못한다. '당신들은 적게 올렸다고 하지만 가계는 허리가 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MB물가'를 발표하고 관리하자 숨죽였던 업체들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별다른 말이 없자 앞다퉈 가격인상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많이 참았다는 뜻인지. 소비자는 언제나 '봉'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