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영업시간 단축' 누구를 위한 합의인가

[기자수첩]'영업시간 단축' 누구를 위한 합의인가

민동훈 기자
2014.03.04 06:05

최근 롯데그룹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롯데마트 영업시간을 밤 12시에서 밤 11시로 1시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이 1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중소상인과 전통시장을 보호할 수 있느냐는 것부터가 논란의 대상이다. 대형마트가 밤 11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로 몰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초등학생도 답을 아는 문제다. 오히려 그 시각에 문을 여는 편의점 점주들이 반사이익을 받는다면 모를까 전통시장 운운하는 것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롯데마트가 영업시간 단축의 전제 조건으로 '대형마트 3개사가 합의할 경우'라고 못 박은 것도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롯데마트 스스로 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찾아야지 물귀신처럼 이마트나 홈플러스를 끌고 가려 한 것은 영업 간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롯데마트는 왜 혼자 저렇게 나댈까 하는 생각마저 들 수 있다.

의무 휴업으로 가뜩이나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줄고 있는데 유통산업발전법에서 분명히 보장한 영업시간(오전 10시~밤 12시)마저도 굳이 양보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마트 속내를 들여다보면 왜 욕을 먹으며 영업시간 단축을 내놓았는지 알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을지로위원회가 영업시간 단축 문제에 워낙 강경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협상파트너가 롯데가 아닌 신세계나 홈플러스였어도 영업시간 단축을 내놓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민주당의 40명이 넘는 국회의원들이 주축을 이뤄 만든 기구다. 국회가 의견 일치를 이뤄 시행한 법을 국회의원 스스로가 무력화하며 간섭한 셈이다.

이번 합의가 문구류 납품업자들에게 불똥이 튄 것도 아쉽다. 동네 문방구 등이 항의한다고 롯데마트가 더 이상 일부 문구류를 팔지 않겠다고 한 것인데 롯데마트에 납품을 해왔던 해당 중소업자들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동전의 양면 같은 이 문제는 이미 대형마트 영업시간이 줄면서 대형마트에 납품을 의존했던 농가나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에서 고스란히 봐왔던 문제들이다. 상생과 동반성장을 주도한다는 을지로위원회의 주도면밀한 활동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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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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