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올 초 한국 롯데그룹(롯데푸드)과 한국 내 합작사인 '롯데네슬레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커피믹스 시장에서 점유율 3위로 밀리자 유통망이 강한 롯데와 손잡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네슬레는 그러나 이와 별도로 스위스 네슬레 본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네슬레코리아'는 유한책임 회사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네슬레코리아는 캡슐커피 머신과 캡슐커피 브랜드인 네스프레소와 돌체구스토를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캡슐커피는 한국에서 한때 매출 신장률이 250%(머신 기준)를 넘을 정도로 확장세가 가파른 사업이다.
바로 여기에 롯데네슬레코리아는 주식회사로, 네슬레코리아는 유한책임 회사로 책정하려는 속내가 담겨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한국네슬레는 주식회사 방식으로 매년 실적이 여과 없이 공개돼왔다. 하지만 앞으로 네슬레코리아는 유한회사로 바뀌어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가장 기본적인 기업 정보조차 알기 어렵게 됐다.
유한회사는 사원이 회사 출자금 한도에서 책임을 지는 기업형태로 외부감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와 달리 감사보고서 제출이나 각종 공시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글로벌 식품·외식기업들은 네슬레코리아처럼 한국에서 유한회사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한국피자헛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도 유한회사로 연간 매출액조차 기자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따른 폐해는 곳곳에서 엿보인다. 해당 업체의 업계 순위를 알 수 없어 정확한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 힘들고, 업계 내에서는 서로 자신들이 1위라는 볼썽 사나운 모습도 목격된다. 유한회사의 과세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도 높고, 심지어 정부가 각종 정책을 입안할 때도 투명한 업체 현황 자료를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태호 의원(새누리당)이 유한회사도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입안하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문제는 소통이다. 유한회사인지 주식회사인지 그 방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외국계 초대형 식품기업이 한국에서 돈을 벌면서 정작 고객들의 알 권리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닌지 되새겨 볼 때다. 한국에서 버젓이 매출을 올리며 유한회사의 장막 뒤에 숨으려는 외국계 기업들은 그만한 차별도 감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