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서 대박 났다는 '별그대', 박대표가 봤다면···

[광화문]중국서 대박 났다는 '별그대', 박대표가 봤다면···

원종태 산업2부장
2014.04.02 06:00

중국의 경찰과 검찰 기능을 맡는 기율검사위원회 왕치산 서기가 지난달 열린 중국 양회 중 하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거론해 화제다. 중국 지도자들이 나랏일을 정하는 회의석상에서 별그대를 주제로 난상토론까지 벌였다니 한국인들은 문화적 우월감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별그대 신드롬으로 가장 큰 쾌재를 부른 곳은 따로 있다. 별그대를 한국보다 2시간 늦게 중국에서 인터넷을 통해 독점 상영한 현지 동영상 사이트 '아이치이'다. 정확한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 사이트는 중국 드라마 한편 상영료인 100만위안(1억7000만원) 정도를 주고 SBS로부터 별그대 전회의 독점 상영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치이의 헐값 투자는 대박으로 이어졌다. 방영 첫 주부터 조회수가 1000만건을 넘나 싶더니 12회 방영에는 4억건, 15회 방영에는 5억건으로 조회가 밀려들었다. 당연히 아이치이에 엄청난 금액으로 광고를 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이 줄을 섰다. 샤넬이나 에스티로더, 디올 같은 자존심 센 여성 브랜드들도 목을 맸다. 아이러니컬하게 그중에는 한국기업 삼성도 있었다.

별그대가 중국에서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몰고 왔다는 대목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과연 누가 수혜주인지 모를 판이다. 국내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는 상하이 56개, 베이징 15개 매장에서 지난해 12월 말 별그대 여주인공 천송이가 치맥을 먹는 장면이 방영된 후 매출이 전년 같은달보다 40∼50% 단기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별그대에 고마워해야할 곳은 중국 정부와 닭 요리 음식점, 닭 사육 농가 등이다.

당시 중국에는 한국 조류독감(H5N8)과 다른 유형인 H7N9 조류독감이 사람에게까지 감염돼 40여명의 누적 사망자가 나왔다. 중국인들이 닭 요리 근처에도 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별그대 치맥 열기가 이 우려를 한방에 잠재웠다.

여기까지는 좋다. 국내 한 치킨 프랜차이즈에 따르면 별그대가 워낙 인기를 끌자 중국 방송사에서 판권을 정식 구입해 TV로 재방송할 예정인데 이때는 한국 기업이 별그대 중국 로고와 타이틀을 되레 거액의 로얄티를 주고 구입해야한다고 한다. 이 치킨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다른 한국기업들도 이런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쯤 되면 원작은 누가 만들고, 실리는 누가 챙기는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 별그대 논의는 가관이다. 정부가 나서서 별그대 인기로 중국 여성들이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와 천송이 코트를 사려해도 공인인증서 장벽 때문에 사지 못한다며 이런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앞장섰다. 얼핏 맞는 말 같으면서도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 나온 천송이 코트는 영국 A브랜드와 프랑스 B브랜드로 한국 쇼핑몰에서 파는 것은 대부분 카피 상품이다. 개그콘서트 박 대표가 봤다면 혀를 내두를 만한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보자. 지난달 열린 중국 정협에서 왕 서기가 거론한 별그대 논쟁은 인민예술극장장이 사업보고를 하던 회의 자리에서였다.

영화감독과 배우 등 문화 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모인 자리에서 왕 서기는 주제와 연관 있는 별그대를 언급한 것일 뿐이다. 그의 발언 핵심은 별그대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라 "왜 중국은 그런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느냐"는 독한 자기반성에 있다.

유명 배우와 명감독들이 모두 돈과 명예를 좇아 영화판으로만 빠져나가는 현실 속에서 왕 서기는 중국 드라마의 진정한 경쟁력과 그를 통한 인민 화합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었을 수 있다. 별그대 하나로 우쭐하기보다 한국도 이제 문화 콘텐츠 전반의 경쟁력과 실리를 조용히 따져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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