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화려한' 꽃할배?, '마음만' 꽃할배

[기자수첩]'화려한' 꽃할배?, '마음만' 꽃할배

안정준 기자
2015.03.02 15:35

"명품 광고에 노인 모델이 등장한 것을 노년층 소비 확대의 지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패션시장 전반에서 노년층 수요는 사실상 줄었다고 봐야 합니다."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셀린느'가 국내 광고에 '할머니' 모델을 발탁한 것을 두고 패션대기업 A사 관계자는 이 같이 말했다. TV 예능 '꽃보다 할배'가 인기를 끈 데 이어 광고에 할머니 모델까지 나와 외모에 관심이 많은 노년층인 '액티브 시니어'가 패션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른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령화로 노년층 인구가 증가해 이들의 의류 관련 소비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2010년 무렵부터 제기됐다. 당시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12%를 기록, 고령사회 진입이 시작됐고 외모에 관심이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도 노년층으로 대거 유입됐다. 노년층이 당장에라도 패션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할 분위기였다.

그래서 2015년 현재 "노년층 수요가 줄었다"는 패션 업계 반응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은 현실로 보인다. 전체 패션시장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년째 20% 수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노년 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소비 비중이 정체 인 만큼 사실상 수요 감소로 봐도 무방한 셈이다.

노년층이 소비 중심으로 부상할 것 같은 '사회 분위기'와 '업계 현실'이 다른 이유는 노년층의 구매 욕구를 소비로 연결해 줄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50살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은 2010년에서 2012년까지 2년 동안 총 39조 5000억 원 증가해 이 기간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그만큼 노령층이 손에 쥔 '돈'이 없다는 뜻이다.

패션대기업 B사 관계자는 "연매출 5000억 원이 넘는 9개 대형 패션업체 가운데 노년층을 겨냥한 마케팅을 따로 가동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꽃할배의 화려한 등장'을 알리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다수 노년층은 패션 소비에서 소외된 '마음만 꽃할배'라는 사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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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준 특파원

안녕하세요. 국제부 안정준 특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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