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산맥주, 때로는 모험이 필요하다

[기자수첩]국산맥주, 때로는 모험이 필요하다

엄성원 기자
2015.07.05 14:15

배중호 국순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백세주 리뉴얼 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전통주 시장이 예전만 같지 않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해 1000억원 훌쩍 넘기던 백세주 매출은 지난해 200억원을 밑돌았다. 10년새 매출이 80% 이상 줄어든 셈이다.

배 대표는 백세주를 비롯한 전통주 부진에 대해 "소비자에게 사랑받을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자 트렌드는 시시각각 바뀌는데 술맛은 제자리니 백세주가 안 팔리는 게 당연하다는 자성이었다.

국산 술 부진은 전통주에 국한된 게 아니다. 맥주 시장을 보면 최근 수년간 수입맥주가 무섭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 대형마트 매출을 분석하면 2010년 10% 초반에 불과하던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30%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5년만에 3배 가까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맥주업계는 수입맥주 약진 이유를 맛의 다양성 부족에서 찾았다. 국산 맥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카스(오비맥주)와 하이트(하이트진로)가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모험 대신 익숙한 맛을 통한 시장 유지에 집중하는 사이에 맥주 맛도 닮은꼴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국산 맥주는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다른 맛이 없는 게 문제"라는 한 맥주회사 임원 말처럼 익숙하고 만만한 싸움에 집착한 결과가 수입맥주에 안방마저 위협받는 지금의 처지를 불러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클라우드(롯데주류) 등장으로 의미 있는 내부 경쟁자가 생겨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형업체의 등장은 이전 수입맥주와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불러왔고 카스, 하이트 등 청량감을 중시하는 가벼운 라거맥주에만 쏠리던 메이저맥주업체 시선도 올몰트맥주(부재료로 홉과 맥아만을 사용한 맥주)로 돌려놨다.

클라우드 등장과 수입맥주 공세 속에서 한국 맥주 맛도 다양해지고 있다. 맥주회사들이 주력제품인 라거 맥주와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올몰트맥주를 리뉴얼하는가 하면 에일맥주 출시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 맥주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대형 업체들이 만드는 한국 맥주에 여전히 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더 쓴 에일맥주도, 향이 더 자극적인 바이젠도 마셔줄 준비를 마쳤다. 국산 맥주에 지루해하는 소비자들의 입과 코를 깜짝 놀라게 할 맥주를 기대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물로 만든 맥주가 세계 맥주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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