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수입맥주 올인 오비맥주, 국산맥주 자존심 버렸나

[기자수첩]수입맥주 올인 오비맥주, 국산맥주 자존심 버렸나

민동훈 기자
2015.09.24 03:03

국산 맥주 1위 브랜드 카스를 보유한 오비맥주가 최근 모회사 AB인베브의 글로벌 맥주브랜드 수입에 주력하고 있다. 국산 맥주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계 대주주의 이익까지 챙겨줄 수 있어서다.

한 편의점 매출 자료를 보면 한 때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었던 카스가 최근 30%대로 주저앉았다. 카스가 지난해 소독약 냄새(산화취) 논란에도 40% 점유율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하락세는 심상치 않다. 그사이 실적은 악화일로다. 올해 1분기에 매출이 4% 줄었고 2분기도 7~9%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카스 매출 하락이 실적 부진에 결정적이다.

업계에서는 AB인베브가 자사 글로벌 맥주 브랜드를 국내 시장에 안착 시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카스 브랜드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AB인베브는 현재 전 세계 100여 종의 맥주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이 가운데 호가든, 버드와이저, 벡스, 산토리 등 12종의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맥주브랜드 '하얼빈' 등 2~3종을 연말까지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수입 맥주의 경우 주세가 국산 맥주에 비해 낮다. 수입가격을 낮춰 신고하면 주세를 더 줄일 수도 있다. 오비맥주의 맥주수입은 모회사인 AB인베브 브랜드를 들여오는 내부거래다. 오비맥주가 수입 맥주 비중을 높일 수록 카스의 점유율이 떨어지긴 해도 모회사인 AB인베브 입장에선 오히려 환영할 일이다.

이러한 행태는 사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후 지난해 말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부사장 출신의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사장을 대표에 앉히는 순간부터 예견됐던 바다. 이름난 작명소에 가서 '김도훈'이라는 한국 이름까지 지었지만 그에게 카스는 AB인베브가 보유한 100여 종의 맥주브랜드 중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맥주를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국산 맥주의 자존심까지 접어가며 외국인 대주주의 배만 불리는 오비맥주의 수입맥주 다변화 전략은 결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민동훈 기자

미래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 가에 달려 있다. 머니투데이 정치부 더300에서 야당 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