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히려 '노세일(No Sale) 브랜드'라 반응이 더 좋아요"
서울 명동 일대 백화점의 한 여성화 브랜드 직원이 한 말이다. 다소 비싼 브랜드라 고객들이 세일 여부를 자주 물어보는데, "연중 세일을 하지 않는다"고 답하면 오히려 쉽게 구매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직원은 "심지어 '저희(직원)도 제 값을 주고 산다'고 강조하는 것도 일종의 마케팅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물건 값을 깎아주지 않는다는데 오히려 반색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세일이 워낙 잦다보니 발생하는 촌극이다. 어쩌다 정가로 물건을 사는 고객은 '호객'이 된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공교롭게 세일 하루, 이틀 전에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세일 여부를 물어보면 "오늘 구매하시고 이틀 뒤 오시면 세일 가격으로 다시 재결재 해 드리겠다"는 '수상한 멘트'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하나, 둘 세일을 진행하기 시작해 이제는 정례화가 됐다. 내로라하는 로드숍 브랜드들이 거의 매달 '반 값'까지 파격 세일을 한다. 주 고객층인 20~30대 여성들이 모이는 온라인 뷰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는 브랜드숍 할인 일정이 달력에 빼곡히 표기된 채 공유된다. 자칫 '두 배' 돈을 주고 사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체크는 필수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온갖 세일이 진행 중이다. 최근 수능을 치른 고3 수험생들도 패션, 뷰티 업계에서는 노릴만한 고객이다. 그래서 '수험표를 갖고 오면 세일' 이벤트가 한창이다. 유통업계가 준비한 'K-세일데이'도 지난 20일부터 시작됐다. '코리아그랜드세일', '코리아블랙프라이데이'에 백화점 정기세일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가운데 곧 연말연시를 명목으로 세일에 돌입할 것이다. "1년의 절반 이상이 세일"이라는 유통업계 종사자들의 푸념도 이해가 갈만하다.
소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혜택을 주고, 매출도 올리는 세일의 의미는 변질된지 이미 오래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연말 재고소진 차원에서 '화끈하게' 털어버리는 세일과는 소비 진작 규모에 있어서도 차원이 다르다. 유통업계, 브랜드 또는 정부 주도로 정리되지 않은 세일이 남발되기 보다 크고 효과있는 진짜 세일을 계획성있게 실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각 기업들이 자존심을 걸고 판매하는 상품의 '진짜 가치'는 얼마일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지금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가격 불신에 따른 '세일효과 제로(0)'의 시대로 돌입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