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신격호 정신건강과 내수경기

[우보세]신격호 정신건강과 내수경기

오승주 기자
2016.02.04 04:0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한 법원의 '성년후견인' 지정 심판청구 심리가 3일 개시됐다. 지난해 12월18일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10남매 중 8번째) 신정숙씨가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뒤 첫 심리가 잡혔다. 요지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법원이 공정하게 가려달라는 것이다.

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인제는 질병·장애·노령에 따른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법원이 의사를 대신 결정할 적절한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신정숙씨는 "오빠(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을 정상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법원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대리인을 지정해 달라"고 청구했다.

이 문제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향배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신 총괄회장이 지극히 정상이며 의사결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권을 확보하겠다는 신 전 부회장 처지에서 아버지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경영권을 되돌려주라'는 신 총괄회장의 위임장 효력에 의구심이 생길 수 밖 에 없는 만큼 절박한 처지다.

반면 롯데그룹은 직설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반박했다. 과거 정정했을 때에 비춰 보면 상상하지 못할 행동을 신 총괄회장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판단력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 틀림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신동빈 회장은 자신이 후견인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찬성 동의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앞으로 몇 차례 심리를 거쳐 성년후견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대한 직접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공신력있는 의료기관 등에 정밀한 감정을 맡겨 후견인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법원이 엄밀한 조사와 감정을 거쳐 판단하겠지만 이번 심리의 중요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바람이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마트 등 유통부문과 제과,음료 등 식품부문을 양대 축으로 하는 대표적인 내수기업이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코리아세븐, 롯데하이마트 등을 포함한 롯데쇼핑은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격화된 지난해 3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9% 증가(7조7187억원)했지만 영업이익은 35.9%(1953억원) 감소했다. 메르스 여파가 이어진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입은 직원들의 사기저하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과 성년후견인 지정 문제를 가정사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크다. 롯데그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집안 일을 법정으로 끌어낸 가족사는 부끄럽지만 법정이라는 공적 자리로 옮겨진 만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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