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롯데 경영권을 확보하면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1인당 2억5000만엔(25억원) 지급하겠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2월 도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롯데홀딩스 주총을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종업원지주회를 겨냥한 승부수였다. 130여명으로 알려진 회원들에게 1인당 수십억의 현금을 주겠다고 회유할 정도로 다급함이 엿보엿지만 3월 주총은 신동빈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2 "지금 상황에서는 안되고, 신 전 부회장이 백기투항해야 한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만난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을 껴안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원리더'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만큼 화해는 이르고 양측 감정의 골도 깊다고 밝혔다.
#3 "검찰 내사 사실을 인지하고 그룹 차원에서 증거를 인멸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다." 검찰은 10일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6곳, 신 회장 평창동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사, 수사관 200여 명이 투입됐는데 2005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 당시 100여명, 2007년 삼성비자금 사건 때 40여명과 비교하면 단일기업 수사로는 최대규모 인원이 동원됐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는지 알수 있다.
검찰 공세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10년간 35건에 달하는 인수합병(M&A)으로 재계 5위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비자금 조성, 배임 등 불법 행위를 처단하겠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제2롯데월드' 건축허가 등 이명박 정부에서 특혜를 누린 롯데에 대한 수사가 MB계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포스코, 효성, CJ에 이은 친MB 기업에 대한 사정(司政)이라는 것.
하지만 재계 인사들은 사태 발단이 결국 형제간 분쟁이라고 지적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목이 검찰이라는 호랑이를 안방으로 불러 들였다는 것이다. 신동주측은 부인하지만 분쟁 과정에서 확보한 각종 자료, 제보를 검찰에 제공하고 수사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부회장 의도가 '판흔들기'라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 롯데 '원리더' 자리를 굳힌 신 회장은 자신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에 노출됐다. 검찰이 14일에도 롯데건설, 케미칼, 제과 등 10여곳을 2차 압수수색하고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계자 소환을 준비하는 등 롯데를 향한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파장 분위기였던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설립한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동안 번번이 실패한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진전이 있었다는 주장이다. 롯데홀딩스를 통해 양국 롯데를 지배하는 신 회장으로서는 검찰 수사 만큼이나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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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주총을 마무리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주총장에서 비자금 의혹을 제기하며 해임을 시도할 신 전 부회장을 막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자리를 지킬 수 밖 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대한 귀국을 서둘러야 한다. 창립 이후 최대 위기로 평가받는 현 국면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신 회장이 직접 나서는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 전 부회장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 형제간 우애가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라고 해도 이판사판식 '치킨게임'으로는 부정적 결과만 가져올 것이다. 땅에 떨어진 '롯데' 이미지도 문제지만 10만 임직원의 명예도 걸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