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가루' 미원부터 연두까지…조미료 시장 60년 변천사

'마법의 가루' 미원부터 연두까지…조미료 시장 60년 변천사

송지유 기자
2016.06.30 03:30

[국산 조미료 60년]1956년 국내 최초 발효조미료 '미원' 등장, 지난해 4200억 시장 성장…'다시다→맛선생→연두' 등 4세대 조미료로 진화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입맛을 길들인 조미료는 일본 조미료 '아지노모토'였다. 국·찌개 등에 넣기만 하면 음식 맛이 살아나는 양념가루를 구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귀한 이 제품은 쌀보다 수십배 비싼 값에 거래됐다.

순수 국내 자본과 기술로 만든 최초의 조미료 '미원'은 1956년 탄생했다.대상(19,650원 ▲270 +1.39%)그룹 창업자인 고(故) 임대홍 회장이 일본 오사카 조미료 공장에서 '글루탐산'(MSG 주성분) 제조공정을 익히고 돌아와 부산에 조미료 공장인 '동아화성공업'(대상그룹 전신)을 세우고 미원 판매를 시작했다.

최초 국산 조미료이자 MSG(글루탐산일나트륨) 대명사 '미원'이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미원 등장으로 형성된 국내 조미료 시장도 60년 역사를 썼다. 1960년대가 1세대 발효조미료 시장이었다면 1980년대엔 다시다·맛나 등 종합조미료 경쟁이 뜨거웠다. 1990년대 MSG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3세대 천연재료를 지향한 자연조미료 제품이 등장했고 최근엔 4세대 액상 조미료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국민 조미료 '미원'…CJ제일제당 '미풍'으로 맞불='맛의 원천'이라는 뜻의 미원은 주부들 사이에서 '마법의 요리가루'로 통했다. 일본 '아지노모토'를 쓰던 주부들이 미원으로 갈아타면서 조미료 시장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1가구 1미원'이라는 용어가 생겨 났을 정도로 미원을 안 쓰는 집이 없었다. 대상그룹은 1962년 당시 회사이름을 동아화성공업에서 미원으로 바꾸기도 했다. 대상 관계자는 "미원은 1960~1970년대 가장 인기있는 명절선물이었다"며 "김지미, 황정순 등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를 미원 모델로 내세워 화제를 모았다"고 전했다.

1963년 제일제당공업(CJ제일제당(226,000원 ▲6,000 +2.73%)전신)이 '미풍'을 내놓으며 조미료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대상과 CJ제일제당은 불꽃튀는 영업경쟁을 벌였다. CJ제일제당이 미풍에 무채칼, 고무장갑 등을 묶은 '미풍 김장세트'를 출시하면 대상은 미원에 비치볼, 조미료병 등을 선물로 증정하는 사은행사를 진행했다. 미풍이 고급 스웨터를 경품으로 내걸면 미원은 금반지를 사은품으로 내놨다. 당시 미원과 미풍의 경품 응모엽서가 몰려 우체국이 큰 수혜를 봤을 정도다.

1세대 조미료인 미원과 미풍의 경쟁은 미원의 완승이었다. 시장을 선점하며 '국민 조미료'로 자리매김한 효과가 컸다. CJ제일제당이 1977년 신제품 '아이미'를 내놨지만 역부족이었다. 제일제당을 시작으로 삼성그룹을 일군 고 이병철 회장이 자서전 '호암자전'에 "세상에서 내 맘대로 안되는 세 가지는 자식농사, 골프, 미원"이라고 썼을 정도다.

◇'다시다'가 평정한 종합조미료 시장…MSG 유해성 논란도=2세대 조미료 시장은CJ제일제당(226,000원 ▲6,000 +2.73%)이 열었다. 1975년 쇠고기와 파, 마늘, 양파 등 천연양념을 배합한 종합조미료 '다시다'를 내놨는데 판매를 시작한 지 2~3년만에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1980년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종합조미료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조미료 원조기업인 대상은 이보다 다소 늦은 1982년 '맛나', 1988년 '감치미' 등을 출시했다.

하지만 '고향의 맛' 다시다의 인기는 막강했다. "그래, 이맛이야"라는 광고 멘트가 수년간 유행했다. 럭키(LG생활건강(247,000원 ▲2,000 +0.82%)전신)가 1994년 '맛그린', 1996년 '진육수' 등 제품을 내놓으며 조미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CJ제일제당과 대상의 벽을 넘지 못했다.

후발주자였던 럭키가 '경쟁사 제품과 달리 MSG를 뺀 조미료'라는 점을 강조하는 네거티브 마케팅을 펼쳤지만 판매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대신 MSG 성분 유해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후 글로벌 연구기관과 식품안전 관련 기구 등이 "MSG는 무해하다"고 수차례 발표했지만 소비자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천연재료 앞세운 '건강한 조미료' 경쟁…CJ·대상 양강구도=MSG 유해성 논란은 인공원료를 배제한 3세대 자연조미료 시장 개척으로 이어졌다. 2007년 CJ제일제당이 출시한 '산들애'와 같은 해 대상이 내놓은 '맛선생'이 대표 상품이다. 다시다, 맛나, 감치미 등 2세대 종합조미료에 비해 가격이 2배 정도 비싸지만 판매량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액상 조미료 시장이 커지고 있다.샘표식품(52,500원 ▲300 +0.57%)이 2010년 출시한 '연두'는 간장을 주원료로 한 자연발효 제품으로 액상 조미료 대표 주자다. 지난해 대상이 '요리에 한수', CJ제일제당이 '다시다요리수'를 출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가 추정하는 조미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4200억원(가정용 1400억원, 업소용 2800억원)이다. 이 중 다시다·감치미 등 2세대 종합조미료가 2300억원으로 가장 많이 팔리고 미원이 대표하는 1세대 발효조미료 시장이 1500억원 안팎이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는 자연조미료 시장은 400억원 규모다. 업체별 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이 50%, 대상이 30%를 차지한다. 연두 인기로 샘표식품이 1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CJ와 대상의 양강 체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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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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