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방송·영화 등 문화사업 콘텐츠에 심기 불편…스위스 다보스포럼서 대통령 눈밖에 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압박한 정황은 드러났지만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까지 간섭한 정황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MBN은 3일 2013년 말, 당시 청와대의 한 핵심 수석비서관이 VIP(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CJ그룹 최고위 관계자에게 이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며, 관련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CJ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4일 "이 부회장이 201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청와대의 압박 때문이었다"며 "CJ가 제작한 방송·영화가 박 대통령 심기를 건드린데다 결정적으로 2014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눈 밖에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 미운털' 소문의 근거는 이 부회장이 이끌어 온 문화 콘텐츠 사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CJ가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인기 방송프로그램 'SNL코리아'에서 정치·시사 풍자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를 선보였는데 이 내용이 박 대통령을 희화화했다는 것이다.
같은 해 CJ가 기획·투자·배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대선정국에 개봉해 관객 1200만 명을 모으며 흥행했는데 이 또한 박근혜 캠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한다. 서민적이고, 국민을 위하는 정치를 펼치려던 주인공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켜 '친노' 인사인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영화라는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박 대통령 취임 첫 해인 2013년 7월 횡령·배임·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이 부회장도 2014년 하반기 돌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과 함께 비상경영위원회를 조직하는 등 이 회장의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 나섰던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직원들이 의아해 했을 정도다.
이 부회장이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근육위축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것이 CJ그룹의 공식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2014년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을 결정적인 퇴진 배경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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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2014년 1월 스위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코리아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JP모건, GE 등 세계 유수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한국 투자를 권유했다.
이 자리에는 이 부회장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문제의 발단은 다포스포럼 기간 중 열린 '한국의 밤' 행사다. CJ그룹이 주관한 이 행사에 가수 싸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류 전도사'로 이 부회장이 주목받았다.
당시 국내·외 언론이 한국의 대표 문화기업인 CJ그룹 이 부회장과 싸이를 조명하자 박 대통령은 '들러리를 선 것 같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정·재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에서 이 부회장의 태도와 행동을 상당히 불편해 했다"며 "청와대 개입설에 대해 재계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이후 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않았다.
한편 CJ는 이 회장 구속과 이 부회장의 출국 후 정치시사 개그 코너를 폐지하고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응원한다'는 내용의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냈다. 또 '명량',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심을 강조하는 영화를 잇따라 제작하며 현 정권과의 화해에 공을 들였다. CJ가 비선실세 최순실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K-컬처밸리' 사업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