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속쏙알기(4)-라이프: 화장품]③평양 '은하수' 신의주 '봄향기' 등 유명…암암리에 中 통해 설화수 들여와 쓰기도

살결물(토너), 물결살(로션), 분크림(파운데이션), 눈썹먹(아이브로우), 입술연지(립스틱)…….
미(美)에 대한 관심엔 남북이 따로 없다. 북한은 주요 도시에 화장품 생산기지를 두고 자체 개발·생산에 힘쓴다. 중국을 통해 몰래 들여온 설화수 등 한국산 화장품도 인기다.
24일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신의주 등 주요 지역에 화장품 공장을 뒀다. 정권을 세운 이듬해인 1949년부터 화장품 생산기지를 갖췄다.
평양의 '은하수', 신의주의 '봄향기'·'금강산', 묘향화장품공장의 '미래' 등 브랜드가 유명하다. 은하수와 미래는 국제상표출원 시스템에 등록돼있다. 금강산은 최고가 화장품 브랜드로 꼽힌다. 개성화장품공장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인삼을 활용한 기능성 화장품을 제조한다. 화장품은 보통 세트로 파는데 우리 돈으로 10만원 안팎이라고 알려졌다.

자체 화장품 개발·생산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 사안이다. 최근엔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시찰했다. 현장에서 화장품을 손등에 꼼꼼히 발라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그는 "'봄향기' 화장품을 전문 판매하는 상점을 평양 시내에 멋있게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5년 평양 화장품 공장을 방문했을 때 샤넬, 랑콤, 시세이도 등 외국산 화장품 브랜드를 언급하며 국산품의 품질이 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외국산 마스카라는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대로인데 국산품은 하품만 해도 '너구리 눈'이 된다"고 꼬집었다. 방수 기능이 부족해 번진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시절 접했던 외국산 화장품 브랜드와 국산품을 종종 비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산 화장품 품질은 우리나라의 1970~80년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가 지난해 펴낸 책 '북한 여성과 코스메틱'에 따르면 북한산 화장품은 용기 뚜껑이 제품 본체와 맞물리지 않거나 펌프 기능을 못하는 등 부족한 점이 발견됐다. 성분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북한에선 암암리에 한국산 화장품도 거래된다. 보따리상이 설화수 등 제품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져온 뒤 중국산인 것처럼 포장을 해서 북한에 들여오는 식이다. 한 새터민은 "중국 단둥에 가면 한국산 화장품, 생활용품을 전문으로 파는 마트가 몇 군데 있는데 거기서 조선족이나 북한 보따리상이 한국 상표와 포장을 다 떼고 겉면을 중국산처럼 꾸미는 작업을 한다"며 "설화수는 가격이 한국의 1.5배쯤 될 텐데 고위층을 상대로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화장품은 결혼 예물로도 인기를 끈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