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하면서 면세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업계 전반에 막심한 피해가 예상돼서다.
2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과거 감염병이 돌 때마다 면세점 매출이 악영향을 받았던 만큼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지 여부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2003년 사스(SARS) 사태 때 외국인 관광객 수는 475만2700명으로 전년 대비 11.1% 줄었다. 그해 상반기 서울 시내 6개 면세점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다.
2015년 7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땐 외국인 관광객이 62만973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5% 급감했다. 당시 면세업계의 큰손이던 중국인 단체관광객(遊客·유커)도 50% 정도 급감하면서 면세업계의 매출이 약 50% 주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향후 국내 면세업계의 가장 큰손인 중국 따이궁(代工·대리구매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를 사실상 따이궁들이 먹여살리고 있어서다. 따이궁은 시내면세점 매출의 70%, 공항을 포함한 면세점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당국은 지난 25일 국내와 해외의 단체관광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여행사들은 호텔과 항공편 예약을 포함한 모든 단체관광 업무를 중단했는데, 이 같은 조치에도 업계는 바이러스가 업계 매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과거 사스나 메르스 사태 때는 면세점 주요 고객이 중국 단체관광객이었지만 한한령 이후 단체관광객 고객이 매우 적어졌기 때문이다.
며칠 전 한 면세점 관계자는 "메르스 때는 중국 단체관광객이 메인이었기에 피해가 막심했지만, 지금은 단체관광객 자체가 없기 때문에 매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춘절(春節·중국 설) 때문에 중국에 돌아간 따이궁 고객들이 다시 돌아올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며칠 새 분위기가 반전됐다. 신종코로나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중국 당국이 개별관광객 여행자제를 촉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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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은 이날 "가까운 시일 내에 출국할 계획이 있는 중국 본토 주민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여행 시기를 늦출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이민관리국은 특수한 사정으로 출국해야 하는 사람은 사전에 목적지 국가의 현 입국 관리 규정을 숙지해 입국을 거부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도 당부했다.
이는 사실상 중국인의 해외 개별관광 여행을 금지하는 조치여서 면세 업계도 다급해졌다. 중국 당국이 개별 관광을 금지한다면 따이궁 역시 발이 묶이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개별관광객까지 막는다면 그게 제일 문제다"라며 "한국, 중국, 홍콩을 왔다갔다하는 따이궁들이 춘절 이후 다시 한국에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막혀 돌아오지 않는다면 메르스 때처럼 매출 급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한한령(限韓令) 여파로 중국 단체관광객의 방한이 줄었던 걸 따이궁 유치로 가까스로 매출을 키워놨는데 또 악재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면세점 매출액은 전달보다 2.5% 상승한 2조242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9월(1조7004억원)과 비교해 31.8% 급증한 수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면세업이 중국인 관광객이나 바이러스와 제일 긴밀한 산업이긴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면세업 말고도 한국 경제 전반이 위축될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9일 오전 9시 기준 이날 추가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다수 신고됐다. 전날 조사대상 유증상자는 112명으로 이중 4명이 확진됐고 15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었다. 나머지 97명은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돼 격리해제됐다. 최근 14일 이내 우한 공항에서 온 입국자는 3023명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