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이 26일 정기 임원 인사를 한 달 앞당겨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한 위기 의식과 발빠른 대응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당면한 과제를 조기에 실행하고 미래 성장 전략을 서둘러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했다.
일단 빨라진 인사 시점부터 눈에 띈다. 통상 10월말에 이뤄졌던 인사를 9월말로 당긴 것이다. 그룹은 "당면 과제의 신속한 실행과 미래 성장 준비를 앞당기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기존 체제로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신임 리더들이 전략 수립과 실행을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젊은 리더십의 발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신임 임원 32명 중 14명이 40대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그룹 전체 임원 중 40대 비중도 16%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높아졌다. 특히 최고경영자(CEO)급에서도 1980년대생이 전면에 배치됐다. 1980년생인 서민성 코스메틱1부문 대표, 1985년생 동갑인 이승민 코스메틱2부문 대표와 제임스 장 지마켓 대표 내정자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그룹 최초의 여성 CEO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성과주의 강화도 돋보인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 파크 개점 등 혁신 사례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도 디지털 콘텐츠와 커머스 결합 성과를 통해 사장에 올랐다. 성과를 입증한 리더에게는 보상을, 성과가 필요하거나 체질 개선이 요구되는 사업에는 새로운 인물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마트 최택원 영업본부장은 SSG닷컴 신임 대표로 이동해 온라인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맡았고, 최훈학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로 역량을 보여준게 선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임형섭 신세계푸드 대표와 김덕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실적 개선의 임무를 부여받았다.
온라인·뷰티 등 신세계가 미래 성장 축으로 삼는 사업 부문에서도 젊은 인재의 전진 배치가 두드러진다. 지마켓은 알리바바 출신 제임스 장을 대표로 내정해 글로벌 판매망 확대와 AI(인공지능) 기술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라자다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셀러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체질 개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SSG닷컴은 공급망 관리 전문가인 최택원 대표를 선임해 신선식품 중심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코스메틱 부문에는 1980년대생 대표 두 명이 동시에 투입돼 미래 성장동력으로서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서민성 대표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뷰티 사업 전략을 다져온 전문가로, 이승민 대표는 그룹 최초의 여성 CEO로서 파격적인 중용 사례에 해당된다.
면세점과 호텔 등 기존 주력 사업도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했다. 이석구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신세계디에프 수장으로 선임돼 면세사업 재편을 맡게 됐고, 최훈학 전 SSG닷컴 대표는 조선호텔앤리조트로 이동했다. 그룹 내 사업 전반에 걸쳐 인적 구성이 바뀌면서 성과 압박도 동시에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