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이던 쿠팡 대표, 몸 낮췄다..."생리대 99원" 정부 정책 지원도

목소리 높이던 쿠팡 대표, 몸 낮췄다..."생리대 99원" 정부 정책 지원도

유엄식 기자, 민수정 기자
2026.01.30 15:17

전일 PB 생리대 가격 추가 인하...과거 마스크, 생수 등 역마진 상품 판매 사례도
미국 정관계 로비 의혹 '선긋기'...로저스 대표 "경찰 조사 성실히 임하겠다" 입장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0일 오후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되는 소환조사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30.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대표가 30일 오후 서울경찰청 쿠팡 수사 종합 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되는 소환조사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1.30. [email protected] /사진=이영환

대규모 고객 정보유출 사태 여파로 두 달 넘게 정부의 고강도 합동 조사를 받는 쿠팡이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청문회에선 각종 의혹을 반박하고 정부와 진실게임 양상을 벌였지만, 올해 들어선 공식 입장 발표를 자제하면서 정부 물가안정 정책에 화답하는 등 달라진 행보를 나타낸다.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법인 임시 대표는 30일 오후 1시55분경 서울경찰청에 출석했다. 포토라인에 선 로저스 대표는 "모든 정부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오늘 경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그는 '정보 유출이 3000건에 불과하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한미 관세 협상에 영향을 줬나'는 취재진의 질의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달 5일과 14일에 로저스 대표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로저스 대표가 2차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경찰은 곧바로 3차 출석을 통보했다. 통상 경찰 수사에서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데, 이날 로저스 대표가 출석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로저스 대표는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회 2차 청문회를 앞둔 지난달 25일 정부와 협의 없이 자체 중간 조사 결과를 공표하고, 이를 근거로 청문회에서 "실제로 정보 유출자가 저장한 고객정보는 3000여건"이라고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이번 사건의 정보 유출 규모가 최소 3000만건 이상으로 판단하는 경찰은 이 같은 행위는 정보 유출 범위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행위로 의심하고 있다.

쿠팡 내부에선 '정보 유출 규모 축소·은폐' 의혹은 오해에서 비롯됐단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말 쿠팡이 발표한 자료엔 "3000여명의 계정만 유출됐다"는 표현이 없고, 지난해 12월 쿠팡이 재공지한 사과문에 3370만명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표현된 점, 자체 보상안인 5만원 쿠폰도 사실상 모든 고객에게 제공한 점을 고려하면 정보 유출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1.30 쿠팡 규탄 분노의 시민대행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3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안전한 쿠팡만들기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30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1.30 쿠팡 규탄 분노의 시민대행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1.3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지난 28일(현지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3일 만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불이익 조치를 해 선 안된다"고 '경고'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에 앞서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의향서를 전달했다. 이 때문에 쿠팡이 로비로 미국 정관계 인사를 움직여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단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쿠팡은 이 문제도 "당사와 무관하다"며 선을 긋는다. 그러면서 올해 들어 강경 대응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인다. 정부와 대립하기보단 정책 지원에 힘을 싣는다.

쿠팡은 전일 생리대 PB(자체 브랜드) '루나미' 가격을 종전보다 29% 더 낮춰 개당 99원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에서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 제품이 40% 가까이 비싸다"고 공개 질타하자, 유한킴벌리 등 제조사들은 오는 3월부터 중저가대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이에 앞서 이보다 더 저렴한 PB 물량을 직매입으로 확보한 쿠팡이 곧바로 소비자가 가격 인하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저가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실제로 루나비 가격은 통상 개당 200~300원대인 NB(제조사 브랜드) 브랜드 생리대의 반값 이하 수준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번 가격 인하에 따른 손실은 전액 자체 부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과거에도 정부 물가안정 정책에 호응한 사례가 있었다.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 국면 마스크 가격이 개당 1만원까지 치솟았을 때 개당 500~1000원에 로켓배송으로 판매해 약 500억원의 손실이 났다. 2리터 생수 12개를 5990원에 파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탐사수'도 매년 600억원 이상 손실이 나는 역마진 상품이나 주변에 할인마트가 없는 도서산간 지역 고객을 위해 계속 판매 중이다.

쿠팡은 이번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이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의 법리 논쟁과 진실 공방이 길어질수록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단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로저스 대표는 지난 20일 쿠팡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에서 "회사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우린 함께 의지하며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있다"며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각 사안이 가능한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의 요청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민수정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민수정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