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화장품·배달도 문제"…중동전쟁 장기화 땐 무슨일이

"컵라면·화장품·배달도 문제"…중동전쟁 장기화 땐 무슨일이

유엄식 기자
2026.03.25 15:37

화장품 용기, 신선식품 포장용 필름 등 수급 불안 우려
수급선 다변화, 포장재 전환 등 검토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란발 중동 분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유통, 뷰티, 패션 업계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산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서다. 나프타는 각종 제품의 포장재로 활용하는 플라스틱 소재인 PP(폴리프로필렌)와 PE(폴리에틸렌)의 핵심 원료인데, 공급이 부족해지면 '포장재 대란'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용기, 의류 폴리백, 택배 완충재 등 주요 포장재는 대체로 1~3개월 소비분 재고를 보유 중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동 전쟁이 4~5월 이후로 장기화하면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고가 프리미엄 라인은 용기 수급에 당분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소용량 튜브형 용기를 주로 사용하는 중저가 제품은 지금 상태가 지속하면 1~2개월 이후부터 용기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 수급처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습기와 오염에 취약한 의류도 제품 유통과 보관을 위해 포장재 수급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공급 차질로 폴리백 수급이 어려워지면 재생 봉투 종이나 생분해성 소재 등 대체 포장재 활용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쿠팡, 컬리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도 종이 박스 외에 내부에 신선도 유지와 상품 파손 등에 대비한 플라스틱 재질 완충 포장재를 쓴다. 포장재 여유분이 1~2개월 치로 당장 영업에 문제는 없지만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종이 소재나 재사용 박스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형마트도 고기, 생선, 채소 등 신선식품 포장에 활용하는 플라스틱 소재 용기와 초박형 비닐 등이 부족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지역별로 2~3개월 치 영업분은 확보 중으로 당장 점포 운영에 차질은 없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컵라면, 도시락, 음료 등의 식음료 상품도 대부분 포장재로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한다. 대형 식품사의 경우 포장재 계열사와 협력사를 통해 2~3개월 분량의 포장재를 확보해 당장 가격을 올릴 만큼의 충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소 업체가 만드는 도시락 등 간편식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일부 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단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번 사태로 소포장 제품 공급이 더 타격을 받을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표면적 대비 소재 사용량이 많고, 일반적인 재생 수지나 대체재로 바꾸기 어려운 복합 소재도 많기 때문이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5일 대구 한 대형마트에 종량제봉투 구매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종량제 봉투 구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6.03.25.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5일 대구 한 대형마트에 종량제봉투 구매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비닐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종량제 봉투 구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026.03.25. [email protected] /사진=이무열

사회관계서비스망(SNS) 등에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선 플라스틱 소재인 재활용 봉투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단 의견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전날 각 점포에 1인당 1묶음으로 종량제 봉투 구매를 제한한다는 공지를 보냈다. 한 대형 편의점 업체는 지난 22~23일 종량제봉투 매출이 전주 대비 110%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홈플러스 외에는 아직 종량제봉투 판매 제한 조치를 결정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일부 지방 점포에서 종량제봉투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선 예전과 수요가 큰 차이가 없다"며 "본사에서 판매 제한 지침을 내릴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러시아산 나프타 수입을 통해 원료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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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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