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도둑맞은 K브랜드 ④전문가 제언...정부 '외교적 역할' 확대 필요

정부가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단속을 강화하면서 'K브랜드' 보호 체계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 다만 상표권까지 완전하게 보호하려면 국제적 공조가 절실하다고 업계와 전문가는 입을 모은다. 해외 특허기관과의 외교적인 협력 없이는 매번 사후 대응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식재산처는 지난해 7월부터 '위조상품 유통방지 종합대책'을 통해 AI 기반 모니터링과 플랫폼 차단 등 K브랜드 보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짝퉁' 위조상품을 빠르게 탐지하고 유통망을 적기에 차단하는 성과를 내고 있는 대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해외에서 발생하는 상표권 선점·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대응 체계가 아직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악의적으로 선점된 상표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 기업 부담이 크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K브랜드 상표권 보호 대응의 축을 국제 단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진길 특허법인로율 대표변리사 겸 무신사 지식재산보호위원회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정부가 각 국가의 특허·상표 담당 기관과 교류를 활성화해 적극적인 국제 공조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국내 브랜드를 도용한 악의적 상표가 있다면 해외 기관이 애초부터 등록을 허가해주지 못하도록 초기 단계에서 사전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닭' 신드롬을 일으킨 삼양식품을 비롯한 식품업계 지식재산권 전문부서·팀도 해외 현지 대응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들은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해외 현지 대응 역량을 정부 차원에서 보완해줄 필요가 있다"며 "위조상품·상표권 침해 문제는 국가별 법제·통관·행정 집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표 분쟁에 대응하는 국내 수행기관 지원을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K-브랜드분쟁 대응전략 지원사업' 현황에 따르면 신청 경쟁률은 2021년 2.37대 1에서 지난해 3.90대 1로 높아졌다. 한정된 예산으로 인해 실제 상표 무단선점 대응을 지원한 건수는 매년 80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상표 출원 시 우선권 인정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년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선권 인정 기간은 국내에서 출원한 상표를 해외 출원 시 우선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한다. 다만 마드리드 국제상표등록제도 등 국제 협약에 따른 사안이라 국제적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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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변리사는 "신생기업이 해외 진출 여부를 판단하기에 6개월은 지나치게 짧은 기간"이라며 "우선권 기간이 늘면 후발 출원이라도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어 상표 침해 우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나라든 겪을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공감하는 국가들과 함께 우리 정부가 논의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