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법 후폭풍, 물류망 타격]④업계 "원청 협상하면 또 다른 물류봉쇄 이어질 것"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가 주도한 편의점 CU 물류센터 봉쇄 시위 여파로 인명 피해와 수백억원대 손실이 발생하자 유통업계도 긴장감이 높아졌다. 현행 물류 시스템과 원청 관계를 고려하면 이번 사태가 비단 CU 운영사인 BFG리테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어서다.
21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이번 사태에 따른 가맹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용차 투입, 폐기 간편식 보상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사태 해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업계에선 CU 물류센터 봉쇄 이후 약 2주간 본사와 가맹점이 입은 피해액은 수백억원에 달하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손실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업 정상화를 위해선 물류센터 차량 진출입이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사태의 전개 양상이 2022년 화물연대가 주도한 하이트진로 총파업 사태와 유사하단 의견도 나온다. 당시 하이트진로 운송 위탁사 소속 차주들은 운송료 인상과 해고 조합원 복직 등을 주장하며 이천, 청주 등 주요 물류거점을 봉쇄하고 본사 로비와 옥상을 점거했다. 6개월간 대립한 끝에 결국 하이트진로가 조합의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고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형사 고소·고발을 취하하면서 사태가 마무리됐다.

당시엔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까지 교섭권의 범위를 넓힌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이었음에도 결과적으로 화물연대의 뜻이 관철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노란봉투법과 관계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에선 개별 사례에 대한 법 적용 여부와 별개로 불법적인 무력 시위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에 화물연대의 요구대로 원청이 직접 협상자로 나서서 합의안을 도출하면 CU 이후에 다른 유통사들도 같은 이유로 물류 봉쇄 형태의 파업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편의점 외에도 쿠팡을 비롯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등 사실상 모든 유통 채널이 물류 시스템과 연계됐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진주 물류센터 집회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해 BGF리테일은 사태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어제 진주 사망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은 고인에 대한 깊은 애도와 유족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표하며 회사도 예상치 못한 이번 일로 인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원청인 물류 계열사 BGF로지스 대표가 내려가 사태 수습 등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GF리테일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