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시장, 이미 너무 유명해" 다른 곳으로...K미식 성지 찾는 외국인들[르포]

"광장시장, 이미 너무 유명해" 다른 곳으로...K미식 성지 찾는 외국인들[르포]

이병권 기자, 차현아 기자
2026.05.31 06:00

[외국인 2000만 시대, 'K'에 살고 'K'를 산다]<중>①'K'를 먹고 마시는 외국인들 만나보니

[편집자주]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국내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모두 합하면 20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한국인처럼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는 즉 'K'에 살고(Live), 'K'를 사는(Buy) 등 'K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한다. 특히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간 가시화된 'K이니셔티브'(주도권)의 핵심 성과가 내수 활력에 힘을 불어 넣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단순 유행을 넘어 K푸드, K패션·뷰티가 국내에 있는 외국인의 일상에 스며든 과정을 살피고 이들의 발길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본다.
성수동의 한 베이커리 매장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성수동의 한 베이커리 매장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 지난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역 지하철 플랫폼. 앞서 걷던 한 중국인 여성 관광객이 손가락으로 '4'를 만들어 보이더니 4번 출구 방향을 가리키며 능숙하게 일행을 인도했다. 이들의 발길이 닿은 곳은 성수동 한복판에 위치한 한 감자탕 전문점. 매장 전면에는 중국어·일본어·영어·한국어가 나란히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리를 잡은 관광객들은 메뉴판의 감자탕 사진을 가리키며 "저거(这个, 한국어로 '이것' 달라는 뜻)"라고 했다.

이날 성수동 거리는 세계 각지의 온갖 언어가 뒤섞여 들리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양손에 캐리어와 각양각색의 쇼핑 봉투를 든 채 유명 매장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커플부터 가던 길을 멈추고 갓 구매한 빵을 베어 물고 있는 아이들까지 저마다 'K미식'을 즐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틱톡보고 곰돌이빵 사러 왔어요"…K미식 성지 된 성수·한남

서울 시내 'K푸드 성지' 별 외국인 방문자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서울 시내 'K푸드 성지' 별 외국인 방문자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젠 '먹으러' 한국에 온다. 과거엔 백화점 쇼핑과 남산타워·한강 야경 등 랜드마크 관광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로컬 맛집과 카페, 전통시장 먹거리를 찾아다니는 'K푸드 투어'가 핵심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식문화를 경험하고 생활의 일부를 체험해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관광 콘텐츠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친구와 함께 놀러 온 누라(23·여)씨는 성수동의 한 베이커리를 찾았다. 가게 안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더니 '헤이즐넛 카라멜 탕종 빵'을 샀다. 이곳은 귀여운 곰돌이 모양 빵과 키링 등 각종 굿즈를 함께 판매한다. 누라는 "틱톡에서 우연히 보고 찾아 왔다"며 "한국엔 먹거리가 많아서 여행 내내 즐겁다"고 말했다. 베이커리 직원은 "방문객 중 외국인이 절반 정도 차지한다"며 "피규어빵 세트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남동 일대 한 매장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남동 일대 한 매장 앞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근처 소금빵 전문점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처음 왔다는 네덜란드인 테스(29·여)씨는 소금빵을 받자마자 베어 물고 연신 "딜리셔스(Delicious)"를 외쳤다. 테스는 "소금빵은 워낙 SNS에서 유명해서 먹어보고 싶었다"며 "한국에 처음 왔는데 너무 좋다. 특히 베이커리류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이른바 '미식 성지'로 입소문을 탄 곳은 성수동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카페거리의 한 유명 에스프레소 바 앞은 커피를 주문하려는 외국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매장 앞 대기 명부에 적힌 이름의 80%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대기 후 갓 나온 커피를 받은 이들은 매장을 배경으로 받은 커피와 함께 인증샷을 남기느라 바빴다. 가족과 함께 매장을 찾은 싱가포르인 사라 씨(42)는 "워낙 인지도가 높은 곳이라 맛을 보러 왔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남동 카페거리에서 hy프레시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 유산균 음료를 사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한남동 카페거리에서 hy프레시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 유산균 음료를 사는 모습. /사진=차현아 기자

한남동 카페거리 골목길에선 의외의 'K-음료'가 눈길을 끌었다. 한남동 거리를 걷던 외국인 관광객 2명이 hy 프레시매니저(야쿠르트 아줌마)에게 다가가 유산균 음료를 구매했다. 이 일대에서 3년째 근무 중인 프레시매니저 김유정 씨(55·여)는 "최근 고객의 80~90%가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자기네 나라에도 리어카를 활용한 길거리 음료 판매 문화가 있지만 냉장 기능이 있는 전동 카트는 처음 본다면서 신기해하고 지갑을 연다"며 "과거엔 중국·동남아 고객이 많았다면 최근엔 유럽·중동 지역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닭강정은 식어야 맛있어"…전통시장에서도 'K미식'
광장시장의 노점 평상에 둘러앉아 칼국수, 만두 등 한국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들. /사진=이병권 기자
광장시장의 노점 평상에 둘러앉아 칼국수, 만두 등 한국 음식을 즐기는 외국인들. /사진=이병권 기자

같은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시장 곳곳 노점 평상엔 빈대떡과 마약김밥·비빔국수·만두 등을 펼쳐놓고 즐기는 광경이 펼쳐졌다. 막걸리잔을 서로 부딪히며 서툰 발음으로 연신 "짠"을 외쳤다. 처음 보는 음식이 나오면 "그건 뭐냐"며 서로 메뉴 정보를 공유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SNS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먹거리를 찾아다녔다. 찹쌀꽈배기 가게 앞엔 줄이 도로 앞까지 이어졌고 낙지탕탕이를 보면서 사진을 찍으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광장시장 상인들은 영어·일본어·중국어 메뉴판을 걸어놓고 우리나라 예능·드라마 등 K콘텐츠 관련 사진을 활용해가며 외국인 손님을 응대했다.

미국에서 온 제레미 씨(38·남)는 "2년 전 한국에 왔을 때는 쇼핑몰이나 관광지 위주로 방문했는데 이번앤 가족과 한국 전통시장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실제 한국 사람들이 생활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더 재밌다"고 했다. 이곳에서 밥을 먹고 난 뒤에는 청계천을 걸어볼 계획이라고 했다.

광장시장 한 노점의 메뉴판을 보면서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고민하고 있는 한 외국인의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광장시장 한 노점의 메뉴판을 보면서 어떤 음식을 주문할지 고민하고 있는 한 외국인의 모습. /사진=이병권 기자

흥미롭게도 광장시장이 너무 유명한 관광지가 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은 '더욱 로컬한 시장'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광장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서 한국식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곳을 찾아다니는 식이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광장시장을 대신할 곳으로 거론되는 곳이 바로 망원시장과 통인시장이다.

실제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을 가보니 십중팔구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호떡·고로케·닭강정 가게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칼국수·콩국수집에도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한 홍두깨칼국수집에서 사장님이 홍두깨로 반죽을 밀어내고 치대는 모습을 넋을 잃고 쳐다보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기자가 "저 막대기 이름이 홍두깨다"라고 설명하자 단어를 곱씹어보며 놀라워했다.

호떡집은 그중에서도 가장 붐볐다. 호떡집 앞에 줄을 선 외국인 관광객들은 "스펠링이 핫떡(Hotteok)"이라며 "단어에 HOT이 들어가니까 아주 뜨거울 것"이라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뿌링클 호떡'을 한입 베어물고 입안을 식히는 모습은 여느 한국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망원시장에서 호떡과 음료 등을 들고 시장을 구경하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이병권 기자
망원시장에서 호떡과 음료 등을 들고 시장을 구경하고 있는 외국인들. /사진=이병권 기자

닭강정 가게 앞에도 1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필리핀에서 온 로렌즈 씨(17·여)는 "닭강정은 조금 식었을 때 더 맛있다고 들었다"며 "시즈닝(양념) 치킨을 필리핀에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었다"고 말했다. 로렌즈양과 함께 온 친구들의 손에는 이미 망원시장의 명물 '고추튀김'도 한박스 들려있었다.

서울시내 곳곳의 이같은 풍경은 최근 K푸드의 해외 수출 확대와도 시너지를 낸다. 해외 대형마트에선 냉동김밥과 비비고만두·신라면·불닭볶음면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BBQ와 bhc 등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현지에 진출하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해외에서 먼저 K푸드를 접한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원조 음식'을 체험하는 관광 루트가 만들어진 셈이다.

반대로 한국 여행에서 처음 접한 음식을 귀국 이후 현지에서 재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해외 현지 유통망이 먼저 우리 제품을 찾고 있다"라며 "한국 음식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현지 소비로 이어지면서 우리 기업들의 해외 개척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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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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