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이중 규제"...쿠팡, 김범석 의장 총수 지정설 '반박'

"명백한 이중 규제"...쿠팡, 김범석 의장 총수 지정설 '반박'

유엄식 기자
2026.04.23 14:52

공정위, 이달 말 동일인 지정 여부 결론...시민단체 총수 지정 촉구
현실화하면 40년 만에 미국 CEO 첫 지정...미국, 한국 공정위 동시 보고 의무 생겨
경실련 "재벌규제 원칙 맞게 지정해야", 전문가 "외인투자 위축 우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2022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쿠팡Inc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2022년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쿠팡Inc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말 국내 이커머스 1위 업체 쿠팡의 동일인(총수)를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가운데 쿠팡은 "명백한 이중 규제"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쿠팡은 23일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이 '쿠팡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장의 쿠팡 총수 지정이 불합리하고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동일인 지정 제도는 한국 대기업집단 오너와 친족이 소수의 지분 출자를 통한 기업 소유와 통제, 사익편취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며 "미국 정부의 규제를 받는 쿠팡Inc의 지배 구조는 이런 우려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쿠팡은 △총수 지정 여부와 관계 없이 국내 계열사 범위가 동일 △김범석 의장이 쿠팡Inc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미출자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 또는 임원 재직 사례가 없는 점 △친족과 국내 계열사간 채무보증·자금대차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총수를 판단하는 4가지 예외 요건을 모두 총족한다고 설명한다.

쿠팡에 따르면 김 의장을 비롯한 친족은 한국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다. 회사의 지배 구조는 미국 상장사인 쿠팡Inc가 한국 쿠팡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이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형태다. 소수 지분으로 그룹 내 여러 기업을 우회적으로 소유한 형태가 아니란 것이다.

특히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면 한미 양국의 '이중 규제'를 받게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쿠팡Inc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각종 공시 의무를 이행 중인데, 동일인 지정을 통해 한국 정부까지 이중 공시, 자료 제출 등을 요구받게 된다.

이미 쿠팡은 SEC 규정에 따라 김 의장 개인은 물론 친족 등 특수관계자와 지분 5% 이상 보유자가 12만달러 이상 모든 거래를 공개하고 있다.

또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쿠팡Inc 이사회 소속의 타기업 CEO까지 '동일인 관련자'로 각종 정보보고 제출 의무를 받게 된다. 현재 쿠팡 이사회엔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자, 아샤 샤르마(Asha Sharma)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겸 엑스박스 CEO 등이 참여 중이다. 쿠팡과 별개로 운영하는 미국 법인들도 쿠팡의 계열사처럼 관리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롤드 로저스(왼쪽 두번째) 쿠팡 임시대표와 염태영(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경기 성남시 야탑 쿠팡로지스틱스(CLS) 배송캠프에서 쿠팡 직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번 체험은 새벽배송 기사의 일상적인 업무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진행됐으며 로저스 대표와 염 의원은 성남시 중원구 일대를 돌며 배송했다. 앞서 염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에 심야 배송 업무를 같이 해볼 것을 제안했고, 로저스 대표는 함께 배송하기로 약속했다. 사진=뉴시스(쿠팡 제공) 2026.03.20.
롤드 로저스(왼쪽 두번째) 쿠팡 임시대표와 염태영(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경기 성남시 야탑 쿠팡로지스틱스(CLS) 배송캠프에서 쿠팡 직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와 기념촬영 하고 있다. 이번 체험은 새벽배송 기사의 일상적인 업무 전 과정을 경험하도록 진행됐으며 로저스 대표와 염 의원은 성남시 중원구 일대를 돌며 배송했다. 앞서 염 의원은 지난해 12월 말 청문회에서 로저스 대표에 심야 배송 업무를 같이 해볼 것을 제안했고, 로저스 대표는 함께 배송하기로 약속했다. 사진=뉴시스(쿠팡 제공) 2026.03.20.

다른 외국계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도 거론된다. 다른 나라보다 미국을 불리하게 취급하면 최혜국 대우 의무, 투자자 보호 의무 등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취지에도 어긋나게 된다. 이미 미국 정치권에선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처우가 불합리하단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선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과 배우자가 최근 4년여간 140억원 상당의 보수와 인센티브를 수령한 점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논란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쿠팡은 "김 의장의 동생과 배우자는 쿠팡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고,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다"며 "다른 유사한 직급의 구성원과 동일하게 쿠팡Inc 상장 주식을 일부 보유 중이고, 이런 사실은 이미 매년 공시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실련은 "김 의장은 쿠팡의 창업자이자 의사결정의 최종 책임자"라며 "실질적 지배력과 경제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게 되면 대기업집단 관리를 시작한 1986년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법인 CEO를 총수로 지정하는 사례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쿠팡 사례만으로 단편적으로 봐선 안된다고 조언한다. 해외법인의 한국 투자와 직결될 문제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어디에도 동일인이라는 개념은 없다"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제도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불투명성을 상징하는 신호로 읽힌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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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머니투데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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