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000만 시대, 'K'에 살고 'K'를 산다]<상-총론>③K브랜드, 관광 넘어 산업으로

#.최근 명동, 성수동, 홍대입구 등에선 양 손에 올리브영 매장에서 산 화장품과 다이소에서 파는 1000원짜리 약과를 한 가득 담은 장바구니를 든 외국인을 목격하는 건 일상이 됐다. 중국인 일변도에서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 등 국적도 다양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면세점과 백화점에 줄을 섰던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제는 올다무(올리브영, 다이소, 무신사)와 골목 상권으로 향하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고 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지난해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 여행) 관광 성적표를 달성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관광객 수는 1870만명으로 전년(1637만명) 대비 15% 증가했다. 코로나19 펜데믹 직전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1750만명) 기록을 넘어섰다. 올해 3월과 4월엔 월간 방문객이 잇따라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런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여행 업계에선 올해 방한 외국인관광객이 2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일등 공신은 K콘텐츠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나온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악 등이 인기를 끌면서 이를 현지에서 직접 경험하고 싶은 외국인들의 방한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들이 국내에서 한국인의 일상을 경험하고, 여행을 통해 소비한 데 따른 경제적 효과는 상당히 크다. 한국문화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관광수입은 219억달러(약 31조7000억원, 환율 1450원 기준)으로 전년(191억달러) 대비 14.7% 증가했다.

씀씀이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외국인 카드 결제액은 전년 대비 약 29% 증가했다. 반면 방한 외국인 1인당 신용카드 '건당' 결제액은 4만2000원으로 7만원이 넘었던 코로나19 이전 대비 40% 가량 줄었다. 이는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고가 명품 가방이나 의류 등을 샀던 과거 소수의 고액 결제 구조가 최근 작은 금액을 자주 결제하는 형태로 바뀐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길거리에서 5000원짜리 떡볶이와 튀김을 먹고, 다이소에서 5000원 이하 기념품을 사고, 편의점에서 2000원짜리 컵라면을 먹으며 소액을 수시로 결제하는 게 K관광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았단 의미다.
이런 소비 행태는 대기업 유통사보다 객단가가 낮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더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BC카드가 작성한 외국인관광객 카드 소비패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 카드 매출 중 면세점과 백화점 비중은 코로나19 펜데믹 이전보다 약 17%포인트 감소한 반면, 중소 자영업 및 식음료와 편의점 업종 비중은 50%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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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서울 명동, 동대문 등 시내에 집중된 외국인들의 발길도 성수동, 연남동, 익선동 등 골목상권 '핫플레이스'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4월 성동구 성수동1가에서 외국인관광객이 쓴 금액은 약 33억3000만원으로 올해 1월(20억7000만원) 대비 60% 늘어났다.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골목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경향이 새로운 관광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면 내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K브랜드 관광이 인기를 이어가려면 새로운 K콘텐츠의 등장이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넷플릭스 최고 인기작인 'K팝 데몬헌터스'에 나온 명동과 홍대 거리, 광화문과 남산서울타워 등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며 "주인공들이 먹은 떡볶이와 튀김, 한강 라면, 치맥(치킨과 맥주) 등이 필수 먹거리가 된 것처럼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알릴 인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