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 없고 低민감정보 감경 안돼… 쿠팡, 소송 시사
9월부터 '매출 최대 10%' 처벌 강화, 보안 리스크 우려
지난해 대규모 정보유출사고가 발생한 국내 1위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쿠팡이 6000억원이 훌쩍 넘는 역대급 '과징금 폭탄'을 맞았다. 정보유출을 문제 삼아 국가기관이 개별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대규모로 글로벌 사례로 비교범위를 넓혀도 가장 큰 금액으로 파악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문한 '징벌적 과징금'을 현실화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건 초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고강도 제재 사례가 될 전망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날 쿠팡에 부과한 6246억8100만원의 과징금 규모는 세계 최대수준이다. 직전 최대규모 과징금은 2021년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가 5억3300만명 고객정보가 유출된 메타에 부과한 2억6500만유로(약 3800억원)였다. 개인정보위가 이번에 쿠팡에 부과한 금액은 이보다 1.6배 많다. 국내 기업 중 최대 과징금이 부과된 SK텔레콤(1348억원)과 비교하면 4.6배 많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이번 개인정보위의 결정과정에 쿠팡 측이 주장한 감경사유가 거의 적용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쿠팡은 그동안 △해당 정보를 악용한 2차 피해가 없는 점 △유출된 개인정보의 민감도가 낮은 점 △적극적인 정보회수 조치를 취한 점 크게 3가지를 과징금 감경사유로 꼽아왔다.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규모가 3750만명으로 국내 기업 중에선 가장 컸지만 5억명 이상 유출된 메타를 비롯해 메리어트인터내셔널(3억2700만명) 미국 신용평가업체 에퀴팩스(1억4700만명) 등 대형 해킹사고가 발생한 해외사례와 비교하면 최대 과징금을 부과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13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된 SK텔레콤에선 2324만명의 고객정보가 빠져나갔다.
쿠팡에서 유출된 고객정보의 민감도가 다른 업체와 비교해 높지 않다는 점도 앞으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쿠팡에서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민감한 정보는 공동현관 비밀번호로 실제 유출규모는 2600여건이었다.
메타에선 이름과 거주지, 생년월일, 이력,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정보가 유출됐다. 에퀴팩스에서 유출된 정보엔 사회보장번호(SSN), 운전면허증, 일부 신용카드 번호가 포함됐다. 최근 개인정보가 유출된 국내 결혼정보업체 듀오에선 혈액형, 혼인여부, 재산, 원천징수내역 등 24종의 정부가 유출됐고 SK텔레콤에선 휴대전화, 유심인증키, 가입자식별 번호 등 25종이 있었다.

쿠팡이 정보유출사건을 인지한 시점도 사건 발생 5개월 뒤인데 이는 SK텔레콤(3년8개월) 신한카드(3년9개월) 듀오(1년 이상) KT(11개월) 등보다 빠른 편이었다. 쿠팡에서 유출된 정보를 활용한 2차 피해가 없었다는 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이 공인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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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례와 비교해도 이번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처분은 상당히 무겁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일본, 대만 등은 과징금을 매출과 연동하지 않고 집단소송이나 민사합의 등 보완책을 운영 중이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정부가 소송 전부터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졌다. 업계에선 쿠팡의 처분이 앞으로 정보유출사건 과징금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보고 긴장감이 높아졌다. 오는 9월부터 개인정보 유출 과징금 처분이 매출의 최대 10%로 상향조정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안투자를 대폭 늘려도 불특정 3자의 해킹이나 유출시도를 100% 원천적으로 막기 어려운 처지도 감안해야 한다"며 "과징금 처벌수위가 앞으로 최대 3배 늘게 되면 기업들이 '과징금 포비아'에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과징금 처분은 쿠팡의 2분기 실적에 손실로 반영된다. 과징금은 부과 즉시 특정기간에 선납해야 하는 구조여서다.
이를 반영하면 쿠팡은 올해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과징금은 지난해 쿠팡의 연간 영업이익(679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실화하면 쿠팡의 국내 로켓배송 추가투자와 대만 신사업 확장 등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쿠팡은 행정소송을 비롯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