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리더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MT시평]리더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문형구 기자
2011.12.21 16:30

'2등은 기억하지 않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한 개그맨의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저명한 군사역사가인 리델 하트는 역사는 꼭 그렇지 않음을 보여 주고 있다. 예를 들면 전쟁에서 패한 카르타고의 한니발이나 나폴레옹은 역사 속에 굳건히 남아 있지만 한니발을 물리치고 로마의 토대를 굳건히 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나 웰링톤은 잘 기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가 '처절한' 실패를 겪은 사람들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이유를 그는 실패자들이 사람들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지닌 인간다움을 보통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있게 된다.

'나눔'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 가야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 키워드가 되었다. 종류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행동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리더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이나 재능을 사회에 기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눈에 설지 않게 되었다. 리더의 기부활동이 늘어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리더가 사회에 대해 갖는 의무는 단순한 기부에 국한되지 않는다. 역사가 보여주듯이 보통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행동을 통하여 사회를 바꾸는데 기여하는 것이 리더의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또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통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을까?

첫째, 보통 사람들이 옳고 그름의 판단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윤리적 리더는 인간적으로 도덕적인 사람을 의미한다. 즉 도덕적 모범을 보이면서 다른 사람들을 공정하게 대하는 도덕적 인간이다. 동시에 도덕성을 '관리'하는 리더를 의미한다. 즉 윤리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실제로 윤리적 행동을 보상하고 비윤리적 행동을 처벌하는 리더가 윤리적 리더라는 것이다.

필자가 존경하는 한 대기업의 회장님은 연말연시 선물을 보낼 때 동봉하는 자신의 명함에 대표이사라는 글을 지워서 보낸다. 처음에는 그 의미를 잘 몰랐었는데 사연을 알아 보니, 대표이사의 자격이 아닌 개인의 자격으로 선물을 보낸다는 뜻이었다. 다시 말해서 회사의 돈이 아닌 개인의 돈으로 보낸 선물이라는 것이다. 너무 이상적인 행동이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은 준법과 불법 사이를 그리고 윤리와 비윤리 사이를 줄타기 하듯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부하에게는 올바르게 행동하기를 강조하는 리더와 대비해 보면 이러한 윤리적 모범이 부하들에게 그리고 사회에 미칠 영향은 분명히 차이가 날 것이다.

둘째, 리더의 의무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항상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며칠 전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변화에 관한 강의를 하고 나서 받은 질문 중의 하나. 질문자가 다니는 회사의 오너는 항상 자신의 관점에서 부하들을 다룬다는 것이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질문이었다. 예를 들면 보고를 하면 잘 한 점에 대하여 칭찬을 듣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인데 그 회사의 오너는 칭찬에는 대단히 인색하면서 처벌은 엄격하게 하는 리더라는 것이다.

겉으로 칭찬은 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은 그렇지 않으니 마음을 읽으라고 강변하는 리더를 종종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을 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감동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얼마 전 한 정치가가 젊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대화를 하는 도중에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비속어를 썼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그런 해프닝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상대방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표현방식만 흉내냈기 때문이다.

셋째,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리더가 행하여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제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개인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리더이기 때문에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은 최근 논란을 불러 일으킨 판사들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올린 글들이 잘 보여주고 있다.

리더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단순히 재산이나 재능의 기부만이 아니라 사회에 끼칠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사회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는데 기여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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