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실망스런 '안철수의 생각'

[광화문]실망스런 '안철수의 생각'

강호병 산업2부장
2012.07.24 11:48

 `안철수의 생각'을 훑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스럽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하 원장)은 홀로서기를 하기보다 아예 야권기차에 올라탔다. 그의 평소 생각이 그런지, 아니면 대권을 잡기 위해 야권의 힘이 필요해 어쩔 수 없이 거기에 가담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책에서 `복지·정의·평화'의 이름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갔다. 그러나 그 어젠다는 야권은 물론 여당 대선 대표주자도 발을 담근 이슈들이다. 경제관을 보면 기존 야권진영에서 내놓은 모범답안을 보고 가감한 수준이다. 미안하지만 베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영남도 호남도 아니고 기업인 출신이다. 기업인으로서 고뇌가 있었을 것이고 대기업의 쓴맛도 봤을 것이다. 이런 제3의 입장에서 기존 정치권과는 확실히 다른 뭔가의 아우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 길을 간다면 이번은 도전에 실패하더라도 그 다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또 다른 대선주자와 달리 시장을 이해해줄 수 있는 면이 있다. 그런데 그는 그 길을 포기했다.

 책에서 안 원장은 `복지지출을 늘리고 재벌을 바로잡아 경제정의를 세우면 중소기업이 크고 일자리·비정규직 문제도 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벌과 관련, `불공정하게 성장해왔고 부당하게 횡포를 일삼고, 편법으로 상속·증여를 일삼는 집단'이라며 운동권에서 볼 수 있는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복지와 정의, 그리고 평화를 세우면 일자리가 늘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복지와 정의가 시대과제가 아니라는 얘기가 아니다. 일자리를 위해서는 성장에 대한 별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성장에 대한 깊은 성찰의 축이 없다보니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시장 환경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살아남고 그속에서 복지와 정의에 대한 요구를 얼마나 어떻게 살려갈지 종합이 안되고 있다. 그냥 왼쪽에 발을 담갔을 뿐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분배정의와 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통상국가로서 비전은 인정했다. 그래서 출신 당에서 욕을 얻어먹으면서까지 한미 FTA를 한 것 아닌가.

 일자리를 경제의 제1과제로 꼽으면서 성장론을 꺼내기 두려워하는 이상한 풍조에서 안 원장도 예외는 아니다. 성장의 고용유발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서 성장률과 고용을 상관 없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성장률과 일자리는 물과 물고기의 관계와 같다. 성장률이 어느 정도 있어야 무슨 이유에서든 고용이 일어날 수 있다. 그속에서 동반성장이란 것도 가능하다. 모두가 힘든데 무슨 인심이 나올까.

성장론을 말한다고 적정성장률 이상 고성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성장률 1%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1000만 한국방문의 시대에 중국 관광객들이 와도 사대문은 고사하고 서울안에서도 묵을 호텔이 태부족이라고 한다. 그것만 제대로 늘려도 성장동력 하나는 살릴 수 있다.

비전은 누구나 내세울 수 있다. 그걸 못 내걸어 대한민국의 비극이 생긴 게 아니다. 문제는 실천이다. 온갖 비전보다 단 하나의 통합력이 더 절실한 게 대한민국이다.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 기존 정치권이 주장하는 범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삼성이 벤치마킹하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은 거대한 타협의 산물이다. 이는 일종의 국가자본주의다. 국가가 왕처럼 기업에 소유권 차터를 주고 대신 기업은 이익을 거의 다 바치면서까지 국가에 무한충성하는 구조다. 통합이 사회진보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우리가 부러워마지 않는 스웨덴 고세금, 고복지구조도 '올바르게 거둬서 바로 쓴다'는 사회적 신뢰협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것은 TV수신료 안냈다고 장관 경질할 정도로 정치권과 정부가 가혹하게 솔선수범한 결과다. 발렌베리는 그 신뢰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지배구조에 대한 답은 없다. 못난 재벌지배구조를 이렇게 성형해야 하니, 저렇게 성형해야 하니 지지고 볶는 것보다 이 같은 타협을 이끌어내는 것이 현실적이다. 최선은 아니지만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

이것이 어쩌면 안철수씨에게 묘하게 어울렸을 공약이 아닐까. 그런데 그는 제3의 길을 선언하지 않고 야당의 기차를 함께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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