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멈춰서는 원전, '위험등급 0'라는 한수원

[기자수첩]멈춰서는 원전, '위험등급 0'라는 한수원

유영호 기자
2012.10.31 16:52

발전소 운전원의 전원 차단기 조작 과실. 한국수력원자력이 밝힌 지난달 29일 오후 9시39분 발생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67만9000㎾급)의 발전 중단 사태의 원인이다.

한수원은 부품 결함 등 기계적인 고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결국 운전원의 단순 조작 실수에 따른 '인재(人災)'가 고장 원인이라는 점에서 원전 운영의 허술함이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드러냈다.

월성 1호기가 고장으로 발전이 중단된 것은 올 들어 세 번째다. 오는 11월20일 설계수명(30년)이 끝나는 월성 원전 1호기의 잦은 고장은 원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밖에 없다.

월성 1호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월성 1호기가 멈춰서기 하루 전에는 울진 2호기가 가동 중단됐다. 지난달 2일에는 신고리 1호기와 영광 5호기가 불과 2시간 사이에 연달아 고장이 나 발전 중단되기도 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발생한 원전 고장은 벌써 9건. 2010년 2건, 지난해 7건과 비교해 늘어났다. 특히 원전을 운영하는 부품 납품 비리 등 잇따른 사건·사고로 한수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잦은 원전 고장은 더 큰 불신과 불안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월성 1호기 고장과 관련, "원전 정지사례를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우수한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전 정지는 최소화 해야겠지만 100만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원전인 만큼 정지사태를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문제는 국민 여러분들에게 신뢰를 드리는 일"이라고 평했다.

공자는 그의 저서 논어에서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말했다. 맞다. 원전과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바로 신뢰다.

고장 때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이번 고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정한 사고·고장 등급 '0'에 해당하는 고장으로 안전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는 변명만 반복하는 한수원 행동이 국민에게 과연 신뢰를 주고 있을까.

정부와 한수원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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