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종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중 한명으로 칭송받는다. 청나라 전성시대를 연 강희제·옹정제· 건륭제의 ‘강건성세(康乾盛世)’도 당 태종 치세를 일컫는 ‘정관지치(貞觀之治)에는 못 미친다는 게 중국 역사학계의 중론이다.
당 태종이 성군으로 평가받는 것은 그의 빼어난 용인술 덕분이다. 그는 기라성 같은 신하들과 적절한 긴장과 협력을 유지하면서 당을 세계제국으로 건설했다.특히 직언을 마다않는 위징을 중용한 것은 용인술의 백미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당 태종의 용인술은 최근 새 정부 조각과정에서 어려움에 부딪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한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향후 5년간 국정을 함께 책임질 사람을 지역과 출신을 불문하고 폭넓게 선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고권력자는 국가경영을 위해서라면 쓴소리를 인내하며 들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위징은 당태종의 가신그룹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당 태종의 경쟁자였던 형(태자)의 최측근이었다. 하지만 태종은 위징의 기개와 능력을 높이 사 가신그룹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용했다. 최근 윤여준씨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박 당선인이 인재풀을 ‘친박’이나 법조계 등으로 한정하지 말고 야당에서도 뽑아 쓰라”고 조언했지만 당 태종은 이미 오래전에 이를 몸소 실천했다. 박 당선인이 역사에서 배워야할 최고권력자의 덕목이다.
당 태종이 황후에게 "그 촌놈을 죽여버려야지…"라고 말할 정도로 위징은 신하들 앞에서 황제의 잘잘못을 따졌다. 하지만 위징은 "폐하께서 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찌 감히 듣기 싫은 얘기를 계속할 수 있겠습니까"며 충언을 이어갔다. 아무리 국가경영을 위해서라지만 시도 때도 없는 직언을 즐거워할 권력자는 없는 법. 당 태종도 위징이 죽자 그의 무덤을 파헤치는 등 신하들앞에서 당한 수모를 되갚아줬다. 하지만 곧 무덤을 복원한 후 직언하는 신하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당 태종이 후세에 높게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박 당선인에게 직언을 고하는 의원을 거의 찾기 힘들다. 오히려 직언할 경우 손해라는 것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유승민 의원은 박 당선인의 당명 개정작업을 반대하고 의사결정 방식을 비판하면서 지난해 대선캠프에서 제외됐다.
전날 박 당선인과 서울지역 새누리당 의원들간 오찬 모임 풍경에서도 반대의견 개진이 쉽지 않는 현실이 확인됐다.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오랫동안 일했던 김종훈 의원은 이 자리에서 박 당선인에게 통상 업무의 산업통상자원부 이전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 의원이 상당히 예를 갖춰 설명을 했고 박 당선인도 의견을 최대한 경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참석자들은 이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고 한다. 박 당선인 견해에 반대 의견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에서는 낯선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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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태종은 인사 정책의 성공으로 친형과 친동생을 죽이고 아버지를 강제 퇴위시킨 패륜을 저지르고도 중국사 최고의 군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만큼 반대 목소리를 듣는 경청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다.
박 당선인도 당 태종이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양만춘 장군에게 패해 물러나면서 위징이 있었으면 정벌을 반대해 이런 수모를 겪지 않았을텐데라고 한탄했다는 말을 되새겨볼만하다. 주변에 위징이 넘쳐나면 박 당선인이 성공대통령이 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