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노후, 현실과 이상 사이

[CEO칼럼]노후, 현실과 이상 사이

손병옥 푸르덴셜생명 대표
2013.02.08 07:15

'엔딩 노트'(Ending Note)라는 일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주인공인 아버지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순간 말기 암 판정을 받게 된다. 서서히 다가오는 삶과의 이별 앞에서 그는 놀랍도록 담담하다. 그리고 자기 인생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자신만의 '엔딩 노트'를 꼼꼼하게 써내려 간다.

'장례식 초청자 명단 작성하기', '소홀했던 가족과 행복한 여행가기', '손녀들과 한 번 더 힘껏 놀기' 등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의 꿈치곤 무척이나 소박하고 간단하다는 사실이 다소 놀라웠다.

이 영화는 나래이션을 통해 주인공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알고 보니 영화의 감독이자 주인공의 실제 딸이 나래이션을 담당했다고 한다. 감독은 아버지가 준비해 나가는 마지막을 통해 죽음이 삶의 연장선상에 있는 자연스러운 현실이라는 진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모두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천천히 준비하고, 차곡차곡 실천해 나가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감독처럼 나보다 먼저 늙어가는, 때론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노후'라는 것이 우리도 당연히 살아내야 할 삶의 과정임을 깨달을 수 있다.

대부분 우리는 자신의 노후는 '어떻게든 되겠지'와 같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산다. 그러나 현실 속 은퇴 후 생활은 이러한 기대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준비되지 않은 채 맞닥뜨린 노후는 위기나 다름없다. 육체는 전과 달리 약해져 있고, 나만은 피해갈 듯 했던 질병들이 하나 둘씩 찾아온다. 은퇴 후 하고자 했던 일들도, 늘어가는 수명을 두고 줄어가는 통장 잔고를 볼 때 선뜻 행하기에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노후 준비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얼마 전 보건복지부가 국민들의 노후 준비 상황에 대해서 조사를 했는데 100점 만점에 평균 59점으로 낙제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 3,070명 중에 27%만이 노후 준비를 잘하고 있고 10명 중 7명은 노후 준비가 보통 이하 수준이라고 하니, 이대로 가면 상당수의 국민들이 불행한 노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흘러가는 세월을 멈출 수 없듯이 누구나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으며,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퇴와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실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장밋빛 미래만을 꿈꾸기 보다는 현실적인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길어진 수명 앞에 놓인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엔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할지, 나아가 의미 있는 '엔딩'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현명하게 준비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실 상황에 맞는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의 재무상태 뿐 아니라 가치관, 취미생활, 대인관계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모두 고려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수립하고 준비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노후 생활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두렵고 부정하고 싶은 질병과 죽음 앞에서 현실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 '현재'를 충실하게 살고, 갑작스러운 질병과 '엔딩' 예고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도록 '내일'을 위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영화의 주인공처럼 보다 유쾌하고 위트 있게 본인만의 스타일대로 '엔딩'을 준비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엔딩'은 마치 영화처럼 가족들에게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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