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경영의 투명성

[MT시평]경영의 투명성

문형구 기자
2013.02.22 08:12

‘깜깜이 인사’. 며칠 있으면 출범할 박근혜정부의 첫 인사에 대하여 언론에 가장 많이 나온 단어 중의 하나다. ‘깜깜이’와 상대되는 단어는 투명성이다. 박근혜정부가 강력하게 시행하리라 여겨지고 있는 대기업 정책은 바로 경제민주화라 할 수 있을 것이며,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경영의 투명성임에 틀림이 없다. 최근 상장기업 임원의 보수를 총액이 아닌 개인별로 공시하게 만들려는 금융위원회의 실무적 검토 역시 투명성이 그 핵심이다.

투명성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행정학자로 정부의 투명성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는 엘버트 메이저의 지적처럼 투명성의 부족이 조직에 끼치는 손실에 대해서는 많은 예를 들 수 있지만 (엔론의 파산이나, 한국의 경우 민간인 사찰 혹은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된 특정업무경비 등), 투명성의 부족이 조직에 제공하는 혜택의 예를 찾기는 쉽지 않다. 밀실에 숨어 끼리끼리 자신들만의 이득을 챙기려는 일부 소수 권력추구자(powermonger)에게는 커다란 혜택을 주겠지만.

기업의 경영이나 국가의 경영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바로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신뢰라 할 수 있다. 몰래 커튼의 뒤에 숨어 심사숙고한 후 완벽하다고 주장하면서 ‘쨘’하고 결정된 바를 알리는 것이 외부의 비판과 토론을 통하여 발표하는 것보다 잡음도 적고 일사분란함을 보여 줄 것으로 여겨지지만, 의사결정자에 대한 신뢰는 의사결정의 내용뿐만 아니라 결정과정과 절차도 크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여러 연구의 결론이다.

투명성이 조직에 주는 또 다른 혜택은 자신감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의사결정의 과정과 절차 그리고 내용을 모두 공개하여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투명성의 또 다른 힘은 비판과 토론을 통하여 집단지성이 작동하여 그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투명성이란 무엇일까. 개인이나 조직 혹은 국가의 모든 것을 다 숨김없이 보여주는 것이 투명성일까. 만약 그렇다면 개별적인 경쟁적 우위나 프라이버시는 완전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다 알릴 수도 없거니와 알릴 필요도 없다. 투명성은 의사소통의 결과다. 이해관계자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하여 그들이 무엇을 알고자 하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하여 제공하는 것이 바로 경영 투명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알아야 하는 혹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시대에 따라 사회의 맥락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투명성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고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 자세도 중요하다. 공인도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보장되어야 한다. 예컨대 ‘저녁때 부대 인사들과 회식을 하면서 양주 5병을 비웠’다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알콜중독에 이를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였다면 모르지만.

학교에서 보직을 맡고 있을 때 경험 하나. 나에게 휴가 허가를 받을 때 무슨 일 때문에 휴가를 쓰려 한다고 항상 이야기 하는 직원이 있었다. 휴가를 받아서 어떤 일을 하던 그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 대신 휴가를 쓰게 되면 행정에 공백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조치를 해 놓았는지만 이야기해 달라고 몇 번씩 말했지만 행동이 바뀌지 않았다. 휴가사용은 직원의 권리이고 휴가때 무엇을 할 것인가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알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이며 구조화되고 형식화된 투명성은 오히려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하는 또는 알아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제공하면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여 좋은 방안을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이 때 같은 정도로 중요한 점은 이해관계자들도 투명성을 필요로 하는 이유가 ‘관음적인’ 욕망 때문이 아니라 합리적인 평가를 위한 것임을 분명히 하여야 할 것이다.

새 정부 그리고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들이 당당하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 공개하고 국민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더 나은 행복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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