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4대 국정기조로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이 설정되었고, 이를 구체화하여 정부조직 개편이 이루어지고 17개 부처의 장·차관의 진용도 거의 갖춰졌다. 더불어 경제정책의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0∼5세 자녀를 둔 모든 가정은 양육·보육비 중 하나를 무상으로 지원받게 되었고, 기초연금은 인상될 것이라는 약속이 이루어졌다. 왜소하지만 장기연체자 등을 위한 구제금융안도 마련했다. 성장률 전망치가 뜻밖으로 하향 조정되며 경기진작을 위한 추경 편성도 공식화되었다. 수요 진작책을 중심으로 부동산 대책도 발표되었다. 이제 사람들의 이목은 창조경제에 쏠리고 있다. 경제부흥에 필요한 나머지 정책들이 창조경제에 담겨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면 지금까지의 경제정책들을 어떻게 판단할까? 우선 경제부흥이라는 국정기조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시된 경제정책의 윤곽에 대해서는 쉽게 동의하지 못할 것 같다. 우리 경제의 성장과정이 눈부셨지만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 18년 통치기간만 보더라도 원조의 급격한 위축과 경공업에서의 과잉설비, 경공업 수출품에 대한 후발개도국의 추격과 1차 오일쇼크, 2차 오일쇼크와 중화학공업에서의 유휴설비 확대 등의 위기가 있었다.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펼쳤던 경제정책은 당시로 보면 쉽지 않은 포석이었다. 수출주도 공업화, 중화학공업화, 경제안정화종합시책이 그것이다. 이들 경제정책을 기준으로 지금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몇 가지 결론이 얻어진다.
첫째, 창조적이라 부르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정책이 짜여 진다면 과거에도 수출주도 대신 다른 개도국을 따라 중화학공업으로까지 수입대체의 전선을 확대했을 것이고, 중화학공업화 대신 해왔던 대로 수출다변화를 도모했을 것이고, 경제안정화종합시책 대신 손쉽고 이해관계자라면 좋아할 경기부양책과 부동산시장 부양책을 폈을 것이다. 우리는 곧잘 우리의 성장과정을 추격과 모방의 과정이라 하며 스스로를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외국 학생들이 우리의 경제정책의 창의성에 상당히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그래서 그 많은 개도국들이 우리의 성장과정에 관심이 있는 것이다. 창조는 있는 것의 조합을 넘어서야 생겨난다.
둘째, 지엽적이고 단기적이다. 수출주도 공업화나 중화학 공업화는 계획의 수립이나 집행도 장기적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정책의 근간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펼쳐졌던 경제정책은 당면 경제문제의 핵심을 찔렀고 많은 준비를 거쳤으며 한번 시작한 정책은 그 끝을 보았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정책은 경기부양책이나 구제금융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다. OECD수준의 복지지출은 어렵겠지만, 세계적 수준의 노인 자살율과 빈곤율은 근본적 대책을 요구한다. 기초연금의 상향조정 약속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백보 양보해서 그들은 선성장을 이루었고, 이제 후분배를 가져야 한다. 다른 복지사안이나 경제문제들도 마찬가지다. 너무도 오래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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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모호하다. 창조경제를 두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그 안에 너무 많은 국정과제를 몰아넣은 탓이다. 과거의 경제정책은 어떠했는가. 수출주도 공업화는 수출주도 공업화였고, 중화학 공업화는 중화학 공업화였으며, 경제안정화는 경제안정화였다. 과정이나 성과에 대한 판단은 그렇다 해도, 단어의 모호함은 없었다. 그 만큼 책임을 묻기 쉬웠기에 최고 통수권자와 정책당국자는 물론이고 민간 기업조차도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다. 상황은 바뀌었지만 과거 우리 경제정책의 정신은 계승되어야 한다. 창조성, 장기적 시야, 책임성이 그것이다. 앞으로 제시될 창조경제의 의제들은 더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