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년 9월25일. 대기업 사원인 박감세씨(가명)는 월급을 확인하고 금세 우울해졌다. 월급의 절반을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떼여서다. 아버지세대의 은퇴 후 연금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에 다니는 것은 아닌지 가끔 울화가 치밀곤 한다.
비록 가상이지만 미래세대를 대변하는 박감세씨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된다. 앞선 세대가 감당할 수 없는 여러 복지제도를 도입한 후 재원을 미래세대에 떠넘겨 이를 갚느라 헉헉대는 미래세대가 측은하다.
미래세대에 나라 빚 떠넘기는 관행은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1998년 80조4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443조1000억원으로 5배 넘게 급증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국가채무는 증가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세대가 원리금을 갚아야 할 국채 발행잔액은 취임 직후 425조원(2월말)에서 8월 말 449조원으로 24조원 늘었다. 정부가 실질적으로 갚아야 할 특수채까지 합치면 국가채무는 800조원이 넘는다.
문제는 미래세대의 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내년도 예산안에 기초노령연금(5조4000억원) 노후생활보장(2조3000억원) 국가장학금(4조4000억원) 무상보육(2조8000억원) 등을 반영했다. 이들 복지예산은 해가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그럼에도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기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임기중 증세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자칫 '공약 위반'이란 정치적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정치적 부담이 덜하다.
고령화로 1인당 부양인구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국가채무 급증은 미래세대에 크나큰 고통이다. 이것은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재정구조를 2060년까지 유지할 경우 2012년 기준 신생아의 2060년까지 순조세부담액(세금+사회보험료-정부이전)은 3억4026만원, 10세 초등학생은 3억2611만원, 대학생인 20세는 2억9640만원으로 분석됐다. 반면 60세의 순혜택은 7868만원, 70세는 8033만원, 80세는 8701만원으로 추산됐다. 여기다 박근혜정부 5년간 135조원 규모의 복지공약이 더해질 경우 미래세대의 주름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세대에 천문학적 국가채무를 떠넘기는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세대간 회계를 통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미래세대의 순조세부담액을 구체적으로 국회에 보고, 재정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는 과도한 포퓰리즘 법안이나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세대간 회계는 현세대와 미래세대간 재정불평등과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조세조정 규모를 산출하는 재정분야의 선진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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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고령층의 혜택을 조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될 수 있다. 이미 캐나다는 고소득 고령층의 연금에 세금을 부과해 혜택을 줄이는 클로백(보너스 환수) 제도를 시행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65세 이상 중 고소득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제한하자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무엇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최선의 배려는 나라 빚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 것이다. 불요불급한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재정능력을 초과하는 보편적 복지를 수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세대가 "빚 때문에 못 살겠다"고 절규하지 않도록 긴 안목에서 나라의 백년대계를 수립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들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