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가 골목대장 되고 살판 났다고?

외국계가 골목대장 되고 살판 났다고?

강기택 기자
2013.11.04 08:05

[우리들 보는 세상]

"효성이 벤츠 수입을 그만두면 말레이시아계 화교 재벌인 레이싱홍만 좋은 일 시키는 겁니다. 대기업인 효성 말고 레이싱홍 계열의 한성자동차를 견제할 벤츠 딜러는 없습니다."

수입차업계에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효성, 코오롱, 두산 등이 사업을 접느냐 마느냐로 시끄러웠을 때 한 수입차업체 임원이 한 말이다.

그는 "차에 하자가 생기는 경우 대기업계열 딜러는 그룹 이미지를 고려해서라도 서비스 등에 더 신경을 쓴다"며 "대기업 철수가 소비자들에겐 이롭지 않다"고 했다. 결국 두산그룹이 혼다 수입을 접는 수준에서 끝이 났지만 한성차는 시장선점 효과에 기대 효성과 코오롱 등을 제치고 국내 최대 수입차업체로 컸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 산업지형도가 달라진 업종은 곳곳에 널려 있다. 공공기관 구내식당은 미국계 아라코가 알짜 공기업 상권을 장악해가고 있고 공공정보화 분야는 한국IBM, 중국계와 미국계가 대주주인 대우정보시스템, 일본 태평양시멘트의 손자회사격인 쌍용정보통신이 나눠먹고 있다. 정부나 국회의 취지와 달리 정책이나 법안이 정교하지 못한 데 따른 역효과인 셈이다.

사례는 또 있다.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비정규직 보호법이 이중 하나다. 비정규직으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규정한 이 법은 거꾸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3년간 패널조사를 한 결과 이 조건이 적용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11.4%에 그쳤다. 나머지는 또 다른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았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주말특근을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하는 법 개정안 역시 앞서 언급한 정책이나 법안의 운명을 닮을 가능성이 높다. 이 법은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생산차질과 구인난, 인건비 부담 가중 등을 더 걱정하며 반대한다. 개인의 근로시간을 줄이려는 게 목적이지만 '중소기업 보호'라는 논리와 이해상충하는 셈이다.

게다가 사실 굳이 법안을 만들지 않아도 근로시간은 줄어드는 추세다. 이미 5명 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 연간 근로시간은 2003년 2378시간이었으나 2004년 주40시간제가 도입된 이래 매년 감소, 지난해 2159시간까지 내려왔다.

이런 정책과 법안의 공통점은 '대기업만 배제하면, 비정규직만 보호하면, 근로시간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단선적 사고에서 비롯됐다. 이념이나 명분에 얽매이거나 목소리 큰 자들의 여론에 떠밀리다가 디테일한 현실을 놓치거나 또는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의도하지 않은 수혜자와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정책과 법안이 개인이나 기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되고 있는 것.

이런 정책이나 법안, 이런 정부나 정치인은 대체 누가 나서서 어떻게 규제할 수 없는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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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 논설위원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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