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별그대'와 몽골기병

"눈 오는 날에는 치맥이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의 한 마디에 중국에서 닭 잡는 소리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조류독감 여파가 아직 현재진행형이지만 이 드라마에 기세가 확 꺾였다. 한국 '치맥'(치킨+맥주) 문화가 '대륙의 겨울'을 녹인 셈이다. 지금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한국식 치맥을 먹으려면 줄을 서야 한다. '기념일'에 한국식 치킨을 사주지 않는다고 이별 통보를 하는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들린다.
CJ푸드빌은 ‘비비고’ 중국 매장에서 ‘한국 강남에서 온 치맥 세트’를 지난 7일 처음 출시했다. 별그대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치맥이 정식 메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치킨뿐 아니다. 천송이가 여행지에서 끓여 먹은 라면 때문에 농심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별그대 덕에 농심의 중국시장 1~2월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 증가한 3000만 달러(약 318억원)를 달성했다. 1999년 상하이 법인 설립 이후 월 매출 최고 기록도 이번에 깨졌다. 주력 제품인 '신라면'은 900만 달러(약 96억원) 매출을 올렸다.
농심에 따르면 중국 타오바오 쇼핑몰에서는 2월20일 도민준(김수현)과 천송이가 라면을 끓여먹는 장면이 방송된 후 주간 매출이 전주대비 60% 증가했다. 상하이의 코리안타운 격인 홍천로 지역에 있는 한 라면 전문점에선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라면을 먹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보였다. 한인마트인 '1004마트'에서는 신라면을 매대에 올려놓기 무섭게 팔리고 있다.

CJ뚜레쥬르도 하마터면 큰 한숨을 내쉴 뻔 했다. 배우 김수현의 인지도가 떨어져 모델 교체를 검토했지만 고심 끝에 모델을 바꾸지 않은 것이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중국 뚜레쥬르 매장에는 김수현의 전신 사진을 찍으려는 중국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도민준이 먹은 빵이라고 내놓으면 10여분만에 매진될 정도다. 올 상반기 중국 뚜레쥬르 매출 결과가 집계되면 별그대 효과가 실질적으로 입증될 전망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먹방'이 히트를 친 것은 별그대가 처음은 아니다. 대장금이 전 세계를 강타할 때는 이란 같은 중동국가에까지 한식 열풍이 불었다. 음식 한류는 먹거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다못해 젓가락이나 음식 조리기구,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판매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농심 관계자는 "드라마에 나오는 한국 식품에 대한 호기심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상상 이상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는데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한식 세계화'라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폼만 잡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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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이나 박람회보다는 현지인들의 생활 속을 파고 들어야 한다. 치맥도 그래서 성공한 것이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된다. 창조경제라는 것은 별 것 아니다. 드라마로 기회가 오면 그걸 놓치지 않고, 인터넷으로 몽골기병처럼 기동성을 발휘해 순식간에 효과를 봐야 한다. 그리고 한번 잡은 고객들은 절대로 놓치지 않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