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민법 일부 개정안이 큰 관심사다. 법 개정에는 항상 이해상충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다. 이번 개정안이 유독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은 배우자 사망시 상속재산 분배에 관한 부부간 권리를 큰 틀에서 재규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배우자가 사망할 경우 남은 배우자 1.5 그리고 자녀 1인당 1의 비율로 상속재산이 분배된다. 자녀가 2명인 부부의 경우 남편이 사망하면서 3억5000만원의 재산을 남겼으면 아내가 1억5000만원, 자녀는 각 1억원씩 받는다.
개정안은 그러나 상속재산의 반을 우선 아내가 받고 나머지 반을 기존처럼 아내 1.5, 자녀 각 1의 비율로 다시 나눠 갖도록 한다. 상속재산이 3억5000만원이면 아내가 2억5000만원을 받고 두 자녀가 각각 5000만원씩 받는다.
2006년에도 유사한 논의가 있었으나 반대 여론이 많아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 배우자의 노후보장에 대한 인식이 증가한 탓인지 개정안에 무게추가 좀더 기울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배우자 몫이 과다하다는 점에서 재산분쟁 소송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망자가 남긴 유언도 개정안에 제시된 비율을 어기지 못한다.
개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 중 귀 기울여야 하는 것은 상속세 부담이 커진다는 점과 가업승계의 불확실성이 증폭된다는 대목이다. 개정안대로 하면 재산을 상속받은 배우자가 일단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후에 그 역시 사망해 자녀들이 상속받을 경우 상속세가 한 번 더 나온다. 배우자 몫(50%)에 대해 상속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해도 전체적인 과세액이 커지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30억원이 '남편사망→아내사망(9년후)→두 자녀'에게 상속된다고 가정, 상속세를 비교해봤다. 현재는 가족이 내야 하는 상속세 총합이 2억8300만원인데 반해 개정안을 적용하면 4억6200만원으로 금액이 늘어난다. 물론 상속재산 규모와 배우자 사망시기에 따라 상속세는 각각 다르나 개정안이 전반적인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지적은 근거가 충분해 보인다.
기업들의 가업승계 과정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매출액 기준 3000억원 이하인 중소·중견기업은 가업상속시 최고 500억원 한도 내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 받아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적용 받으려면 까다로운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중에서 상속인 1인이 가업 전부를 상속받아야 한다는 규정(유류분 반환 청구시 예외 인정)이 있다. 이번 개정안은 가업을 승계 받을 자녀보다 배우자의 몫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주식회사의 경우 지분의 절대다수가 배우자에게 이전, 가업승계의 결정권이 넘어가게 된다. 피상속인의 유언을 통해서도 이를 막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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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버지와 재혼한 술집 마담이 자녀를 대신해 회사를 상속받는 막장 드라마의 장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소 과장된 얘기지만 이번 개정안이 원활한 가업승계보다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는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공감한다.
가업승계는 몇몇 재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CXO 연구소에 따르면 2010년 현재 1000대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평균연령은 56세 정도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코스닥 상장사 CEO 가운데 50대 이상이 45.4%이고 60세 이상도 17.9%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막대한 상속세 부담문제로 인해 제대로 가업승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우자 상속지분을 과도하게 늘리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강한 중소기업 육성을 통해 도약을 추진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