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때문에 걱정이 많다. 요새 잠도 못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실적을 달성한 것을 축하한다는 기자의 인사에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 담당 공무원이 털어놓은 대답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경기회복 추세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2836억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일평균 수출(21억3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무작정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원고(원화 가치상승)' 현상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49.85원. 지난해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 1103.27원과 비교하면 5% 가까이 떨어졌다.
'원고' 현상은 수출기업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수출량을 유지하더라도 수익성은 급격히 떨어지게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실적은 2765억 달러로 당시 평균 환율을 기준으로 원화로 단순 환산하면 305조542억 원. 반면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은 2836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으나 원화 환산액은 297조7375억 원으로 7조3167억 원이나 적다.
절대적인 수출실적은 늘었지만 실제 기업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든 셈이다. 특히 수출실적이 증가한 것도 수출기업이 '출혈수출'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우려를 더한다.
환율 하락으로 많은 수출기업이 이익이 줄거나 심지어 손해를 보고 있지만 거래처 유지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을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내 수출기업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증가율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최대 수출실적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이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의미다.
이미 세 자릿수 환율 시대가 가시권 안에 들어온 상태다. 이 경우 자칫 총 수출실적마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출혈'이 일정 시간을 넘기면 결국 '사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출비중이 56.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27.6%)의 두 배 이상인 수출 중심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출 전선에 타격이 가시화된다면 경제 전반이 휘청거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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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려되는 일이다. 대부분이 환 변동에 취약해 위기가 오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선제적이되, 섬세하고 촘촘한 지원 전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