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LTV·DTI 완화 '집팔아도 빚못갚았던 기억'

[기자수첩]LTV·DTI 완화 '집팔아도 빚못갚았던 기억'

김평화 기자
2014.07.16 08:28

브레이크 없는 부동산 규제완화정책 추진

2년 전 여름. 폭염 속, 땀을 비오듯 흘리며 서울 잠실동과 경기 용인 일대 아파트를 누볐다. '하우스푸어' 사례를 찾기 위해서였다. 담보대출 비율이 높은 가구를 골라 일일이 초인종을 눌렀다. 상황은 심각했다. 집값은 떨어졌는데 빚은 늘었다. 집을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깡통주택'이 수두룩했다.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며 50~60%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상한을 채워 산 집들이다. 기대와 달리 집값이 떨어지자 하우스푸어가 양산됐다.

2년이 지난 지금, 시간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LTV·DTI 규제를 오히려 더 완화한다는 게 2기 경제팀의 정책 방향이다. 16일 취임하는 최경환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LTV·DTI 규제완화를 강조한 때문이다. 그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던 금융위원회도 최 후보자의 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에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고 있다.

최 후보자의 논리는 이렇다. "구매력 있는 실수요자가 집을 구매하는 시기를 늦추면 전월세 가격이 올라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에게 돌아간다. 시장을 정상화해 전세수요를 거래수요로 돌려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서민들이 이용하는 전월세 가격이 안정화된다."

돈줄을 풀어서 주택구입 문턱을 낮추고 거래를 활성화한다는 논리다. 거래 활성화는 필요하다. 체감경기와 직결된 부동산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다만 LTV·DTI 규제를 부동산용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한 지는 의문이다. LTV·DTI를 부동산 규제로 간주한 뒤 이 규제를 풀면 즉각적 경기 활성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유혹에 매몰된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불과 1~2년전 이슈였고 지금도 잠재된 걱정거리인 하우스푸어를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닐까.

하우스푸어는 사실상 '로또푸어'였다. 실수요자건 투기꾼이건 '대박'을 꿈꾸며 무리하게 아파트를 구매한건 마찬가지다. 이미 겪었던 문제다.

전문가들은 LTV·DTI 규제가 완화된다면 투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투기는 또 다른 하우스푸어 양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칫 '빚을 권하는 문화'가 만연할 수 있다. 기억해야할 것은 빚은 언제고 다시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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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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