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소셜'한 치킨집과 다른 경제에 대한 상상

'1~3등급은 치킨을 시키고, 4~6등급은 치킨을 튀기고, 7~9등급은 치킨을 배달한다.' '자본(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사람)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빠르다.'
앞엣것은 '당신의 치킨인생, 시킬 것인가 튀길 것인가'라는 기사, 뒤엣것은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책 에 대한 요약이다. 둘 다 요즘 SNS에서 뜨겁게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만큼 공감대가 넓다.
사실 한국이 이렇게까지 된 건 기껏해야 십수년도 안 됐다. 2000년에만 해도 저소득층의 빈곤탈출률은 48.9%였다. 2012년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이 된 저소득층의 비율이 23.45%로 뚝 떨어졌다.
이는 교육격차, 자본격차 탓이 크다. 저소득층은 고소득층만큼 자녀한테 투자할 수 없다. 중산층은 자녀한테 투자해봐야 고소득층 자녀의 자본력을 따라잡을 수가 없다. 피케티 말마따나 이건 전 세계적 현상이다. 어쩔 것인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사회적 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이다. 정부 힘만으로는 교육격차, 자본격차가 일으키는 경제 문제를 해소할 수가 없다는 걸 사회구성원들이 점차 깨닫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라는 말 자체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다. 나라마다, 학자마다 다를 정도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조성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면서 내놓은 자료에선 "윤리적 입장을 갖는 기업 및 협동조합, 상호부조 조직, 자발적 조직들에 의해 수행되는 공적 목적의 경제 행위 일체'라고 정의됐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설치해 육성하고 있는 서울시의 정의는 "이윤의 극대화가 최고의 가치인 시장경제와 달리 사람의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사회적 경제의 특징으로 △공동체 보편 이익 실현 △노동 중심의 수익 배분 △민주적 참여 △사회 및 생태계의 지속가능성 추구를 꼽는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정부와 서울시가 지원하는 사회적경제조직의 형태다. 과연 이들이 '치킨집'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사회적 경제가 한국보다 먼저 시작됐다는 유럽에선 이들이 대안을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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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 벨기에 리에주대학 사회적경제센터의 엄형식 연구원을 만났을 때 기대 밖의 말을 들었다. 그는 "유럽에서 이상적인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조직은 한국보다 더 적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의 농협 같이 형태는 사회적경제조직이지만 자본논리로 움직이는 조직이 유럽에도 적잖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유럽의 제3섹터, 사회적경제에서 고용의 극적인 증가가 없었다"며 "증가가 있던 부분은 정부의 인건비 지원 받는 사회적협동조합 등 일부 복지 연계 부문"이라고 말했다.
희망은? 있다. 그는 "복지, 일자리의 증가를 '발전'이라고 보는 관점이 생겼고 퍼지고 있다"는 데에서 변화의 씨앗을 보고 있었다. 즉, 자본이익을 늘리느라 사람 즉 노동력을 동원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삶을 낫게 만드는 데에 자본을 동원하자는 '관점'의 변화 말이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다른 전망이 생긴다. 다른 경제가 탄생한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이며 창업 실패로 정부보조금 받아 살던 65세 노인, 그러니까 KFC를 창업한 커넬 할랜드 샌더스 같은 이가 만약 사회적 경제의 관점을 가진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누가 알겠는가. 스페인의 노동자협동조합 몬드라곤처럼 국내에 일자리를 8만 개쯤 만드는 사회적 치킨집의 원조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