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파업 수순, 국민도 파업하고 싶다

현대차 노조 파업 수순, 국민도 파업하고 싶다

양영권 기자
2014.08.18 06:00

[우리가보는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현대차 이경훈 노조위원장(가운데)이 지난 6월 25일 울산공장 본관 잔디광장에서 열린 2014 임금투쟁 승리와 노동운동 탄압 척결의지를 다지는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현대차 이경훈 노조위원장(가운데)이 지난 6월 25일 울산공장 본관 잔디광장에서 열린 2014 임금투쟁 승리와 노동운동 탄압 척결의지를 다지는 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스1

"내가 이래서 수입차 산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파업의 수순을 밟고 있다는 기사에 올라온 댓글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게재된 한 기사에 올라온 4000여 건의 댓글 가운데 '삼성 사장이 113억, 현대차회장이 49억 받는 건 당연하고 노동자가 1억 받는 건 안 되는 건가?'라고 노조를 옹호하는 내용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노조를 비판하는 글이었다.

"공장을 동남아로 이전해라." "울산에서 3년 살았는데 울산에서 현대 노조 시위하면 울산 사람들도 욕하더라." 등은 그나마 얌전했다. 차마 지면에 옮기지 못할 만큼 격한 욕설이 난무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노조가 싫어서 현대차 제품을 불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래도 현대차 살래?" "현대 노동자보다 연봉 적으면 현대기아차 사지 말아라." "회사 망하고 실업자 돼야 정신을 차리지!" 등이다.

노조에 비우호적인 여론이 는다고 해서 사 측이라고 유리할 게 없다. 댓글에서와 같이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조의 요구안을 웬만큼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수용하고 매듭지으려 할 수도 있다. 노조는 만에 하나라도 이같은 사 측의 어려운 처지를 역이용하려 하면 안될 것이다.

현대차 노사가 풀어야 할 문제, 즉 남의 일에 웬 상관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현대차 노사 문제는 '남의 일'일 수 없다.

어찌 현대차가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을 한 데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들에게만 그 공을 돌릴 수 있겠는가. 먼저 정부 정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던 2009년, 정부는 세수 감소를 감내하면서도 노후차를 새 차로 교체할 때 세금을 감면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현대차가 큰 수혜를 봤음은 물론이다.

역대 정부가 굵직한 해외 경제단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지난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폈던 것 역시 우리 경제 구성원 일부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현대차를 비롯한 수출업체들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도 되지 않는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가볍고 편의성 있는 부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공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국 메이커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한국의 소비자들이야말로 현대차를 키운 1등 공신이다. 그리고 댓글을 쓴 네티즌 중 상당수가 현대차의 소비자들이다.

국민이 현대차를 애용한 것은 보다 많은 일자리와 세금으로 한국 경제를 띄워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 소비자들은 현대차가 노조 문제 때문에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려 한국 경제가 봐야 할 열매를 외국이 갖게 될 것을 우려한다.

"총 13개 요구안을 통해 공정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현대차 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이기 앞서 지난 13일 발간한 '임투속보'에서 밝힌 내용이다. 오늘의 현대차를 만든 소비자들이야말로 지금 노조를 상대로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라며 파업에 나서고 싶은 심정이라는 것을 노조는 알아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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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권 기자

머니투데이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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