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완성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는 원청의 근로자라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다. 이를 계기로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은 모든 사내도급은 불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여론몰이에 한창이다.
재판부가 이번 판결에서 불법파견 기준으로 삼은 것은 원청업체가 실질적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를 노무지휘했느냐 여부이다. 법원은 직접 계약관계가 없는 2차 협력업체도 파견관계로 봤다. 심지어 원청업체 밖에서 조립한 부품을 생산순서에 맞게 납품하는 일을 수행하는 부품업체 근로자까지 파견관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가 독자적인 설비를 갖추고 있고, 별개의 공간에서 일하는 블록화가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감안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한 공장에 대한 입증자료로 다른 공장 사건을 판단하기도 했다. 자동차 생산현장의 다양한 공정과 업무특성을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소속된 협력업체와 공정, 도급업무수행 양태가 제각각인 1700명 근로자에 대해 하나의 결론을 낸 것이 과연 사실관계를 정확히 반영한 판단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혼란에 빠졌다. 현장에서는 경직적인 노동환경과 수요의 불확실성을 다양한 형태의 외주화로 보완하면서 기업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해왔다. 그런데 법원은 세계적 경영트렌드와 네트워크형 산업구조, 기업간 거래관계의 진화를 도외시했다. 또 원청과 협력업체간 도급업무수행의 연관성을 앞세워 도급거래를 완성하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각종 조치와 협조 요청을 파견관계의 노무지휘와 구별하지 않았다.
더구나 고용노동부가 사내협력업체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권고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것조차도 불법파견의 근거로 봤다. 정부 정책에 충실히 따른 기업일수록 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기업들은 정년연장, 통상임금, 근로시간 단축 외에 사내도급이라는 4중고를 떠안게 된 셈이다.
사내도급 문제는 산업 현실과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하여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나라가 파견근로를 32개 업무에만 허용하고 기간제한이 엄격하다는 것도 감안돼야 한다. 적법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여지를 좁혀놓고 나머지 업무는 무조건 직접채용 근로자만 사용하라고 제한한다면 그런 규제가 없는 선진국의 기업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우리 자동차산업의 주요 경쟁국인 독일이나 일본에서는 제조업무에 파견이 허용되고, 외부 노동력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노사협의로 파견회사를 설립하였고, BMW의 라이프치히 공장은 외부노동력 활용비중이 50%를 넘는다. 일본도 단순히 정규직과 혼재해서 일했다는 것만으로 불법파견이라고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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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생산방식의 다양화와 원청돥하도급업체간 협력을 유연하게 인정하는 추세이다. 무엇보다 산업현장 변화를 인정하는 선진국들의 사법부 판단과 대비되는 우리 사법부의 역주행적 판단이 계속돼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선택과 집중의 효율화로 더욱 앞서가는데 국내업체들만 발목이 잡힌 채 세계시장에서 퇴출을 기다리는 형국이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국내투자 축소로 인한 일자리 창출기반만 약화될 뿐이다. 우리 모두가 격려와 배려, 상생과 통합으로 돌파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있음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