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동북아개발은행과 AIIB

[MT 시평] 동북아개발은행과 AIIB

한택수 기자
2014.11.12 07:10
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한택수 창조경제연구원 이사장

북한 중국의 동북3성, 몽골과 극동러시아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구상은 1990년대 초 남덕우 총리와 동북아경제포럼 이사장인 하와이대학의 조이제 박사가 중심이 되어 거론되어 왔다. 그후 학계나 민간단체 중심으로 논의되던 중 비로소 2000년 10월 여야 국회의원이 정부에 동북아개발은행 창설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 9월에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동북아개발은행을 설립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만일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6자회담 당사국과 세계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금융기관의 공동출자로 동북아개발은행을 만들어서라도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정치적 관점에서 볼 때는 일단 무리가 없는 듯하다. 다만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는 동북아개발은행 설립구상 자체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이미 한물간,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당초 동북아개발은행이 거론된 시점에는 동북아개발은행이 설립될 경우 중국과 북한이 최대 채무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세계 2위 대외순자산 국가로 변모했다. 그리고 북한의 핵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기 전인 1997년과 2000년 북한이 두 차례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정식으로 가입을 신청했을 때도 미국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는데 이제 와서 미국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돌이켜보건대 북한의 케이스와 달리 1980년 세계은행에 가입한 이후 국제금융기구들로부터 500억달러 넘는 저금리성 개발금융의 수혜를 입고 급성장한 중국과 최근 이들 국제금융기구로부터 막대한 자금지원으로 경제개발이 가속화하는 미얀마의 사례를 비교할 때 당시 우리 정부가 강력히 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1997년 북한의 ADB 가입을 방해한 미국의 판단착오와 실수가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또한 한·일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좋던 과거에도 일본이 동북아개발은행 설립에는 사실상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왔음을 감안하면 설령 우리가 동북아개발은행을 주도적으로 설립한다고 나선다 하더라도 주변국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는 외형상으론 많은 성장을 하기는 했지만 대외자산 및 부채의 한국은행 통계가 시작된 1994년 이래 한 번도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 그래서 대외순자산이 플러스가 되어본 적이 없는 그런 나라다. 대외순자산이 마이너스며 자국 통화인 원화가 국제적 결제통화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국제적 금융기구를 만든다고 할 때 대외신인도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대내외 금융시장은 아직도 후진적이지만 급속히 팽창한 대외순자산을 배경으로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을 주도적으로 설립하려는 구상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달 베이징에서 이미 20여개 국가를 창립회원으로 한국이 불참한 가운데 자본금 규모 1000억달러 상당의 AIIB 설립 준비위원회를 발족한 바 있다.

중국 주도의 AIIB가 성공적으로 설립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동북아개발은행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동북아개발은행의 대안으로는 미·일이 주도하는 ADB나 중국 주도의 AIIB 모두로부터 자금협조를 받아 우리가 운용을 주도하는 '북한 등 특정지역' 개발펀드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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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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