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문·이과 통합형을 골자로 한 새 교육과정의 총론 주요사항이 발표되었다. 전교조를 비롯한 일부 교육·시민단체는 비판의 날을 세우고 나섰다. 개정에 반대하는 다양한 논거 가운데 근본적인 문제는 교육과정을 너무 자주, 그리고 졸속으로 개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점을 충분히 파악·평가한 뒤 개정을 추진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그러한 과정을 생략하거나 경시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육부가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사항을 발표하기 전 공청회를 개최하고 교과별 공개토론회, 의견수렴회, 현장교원 포럼, 교육과정 핵심교원 워크숍 등 수십 차례에 걸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노력을 애써 외면하고 폄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으로도 교육부는 의견수렴 과정을 경시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다양한 의견과 비판을 적극 수용해 이후 세부 교육과정 개정작업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새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비판과 반대의 근본원인은 상당부분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정부에서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미명 하에 급조된 현행 교육과정은 2년여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정한 2007년 개정 교육과정을 무력화했다. 설상가상으로 이후 거의 매년 수시 개정이 이루어져 학교 현장에 커다란 혼란을 초래했다. 이런 까닭으로 교육과정 개정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이 상당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과정을 졸속으로 빈번히 개정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많은 교육과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잘못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배경에는 미래 주역이 될 우리 학생들이 인문·사회·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소양을 두루 함양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포석이다. 내년 9월에 고시될 총론과 각론의 개발에서 주요사항들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기를 충심으로 기원하며 역사교육계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서 역사교육의 개정방향을 제안해본다.
이번 교육부 발표에서 고교 한국사는 독립 교과목으로 기초교과 영역에 편성되었다. 모든 학생이 필수로 이수해 수능에서도 필수로 응시하게 정해졌으니 기존 탐구영역 사회(역사·도덕)에서 분리한 것은 나름대로 타당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사만 필수교과로 분리되어 초등학교의 사회, 중학교의 역사(한국사 영역)와의 계열성 확보문제, 세계사와 동아시아사 과목과의 조화문제 등이 해결과제로 남았다.
그러면 역사 교육과정은 어떻게 개정방향을 잡아야 할까? 많은 교사와 학생이 역사교과서 내용이 과다하고 어렵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현행 교육과정을 검토해 덜 중요하거나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히 줄여야 한다. 특히 초등학교는 역사학습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중요한 인물이나 문화재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흥미를 갖도록 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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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는 역사라는 통합과목의 취지에 부합하게 한국사와 세계사 내용의 통합을 강화해야 한다. 고교 한국사는 초·중등교육 과정의 완결이란 의미를 갖도록 통사체계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사는 어렵다는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내용을 대폭 축소하고 모든 지역의 모든 역사를 망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동아시아사는 세계사와의 중복을 피하되 중요한 주제를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서술을 지향해야 한다.
역사 교육과정의 내용을 적절히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교과서 집필과 검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재 시행되는 검정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시정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야심차게 추진되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우리 교육이. 특히 역사교육이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끌면서 더욱 내실화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