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등재만 열 올리고 관리는 나 몰라라?

[기자수첩] 등재만 열 올리고 관리는 나 몰라라?

양승희 기자
2014.12.03 05:24

지난달 27일 농악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한국은 '문화재 강국'으로서 위상을 다시 한 번 세계에 널리 알렸다. 유네스코 등재는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유산이라는 국제적 공인을 받고, 자국의 문화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각국이 탐내는 매력적인 '인증 마크'다.

특히 방문객 증가에 따라 경제 활성화 효과를 볼 수 있는 '세계유형유산'의 경우 유네스코에 등재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석굴암·불국사를 시작으로 올해 6월 등재된 남한산성까지 총 11개가 등재돼 있다.

그러나 정부가 유네스코 등재에만 열을 올릴 뿐 정작 유산의 관리와 보존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면서 과연 '문화재를 보호하고자 하는 철학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린 남한산성이 대표적이다. 등재 이후 관람객이 69%까지 급증했지만 안전도 특별점검에서 천장 균열, 기둥 옹이 탈락, 여담 파손 등 때문에 보수정비가 필요한 'E등급'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등재 문화재의 경우 5년마다 모니터링 결과를 유네스코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더욱 심도 있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남한산성뿐만 아니라 수원 화성, 경주 석굴암, 인천 고인돌 등 세계유산 곳곳이 깎이고 깨지고 뒤틀린 것을 찾기 어렵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화재 '수난'의 원인 중 하나로 세계유산 보호의 책임이 문화재청과 지자체로 나뉘어 통합적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꼽는다. 종묘, 창덕궁, 조선왕릉 등은 문화재청에서 직접 관리한다. 반면 나머지 유산들은 각 소재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지자체가 문화재 보호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예산 배정 및 복원 체계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세계유산 관리를 지자체에만 맡기지 말고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네스코 등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문화재 보호와 관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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