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황영기 밀어준 51%에 담긴 의미

[우리가보는세상]황영기 밀어준 51%에 담긴 의미

최석환 기자
2015.01.22 08:1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51%'

지난 20일 실시된 3대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서 새 협회장으로 당선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얻은 득표율이다. 당초 금융투자업계를 잘 아는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대표,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와 3파전으로 치러지는 만큼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과반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실제로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1차 투표에서 협회장에 당선된 것은 황 전 회장이 처음이다. 박종수 현 협회장도 재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당시 최경수 현대증권 대표를 누르고 선출됐다. 선거가 끝난 뒤 '압도적 지지', '완승' 등으로 황 당선자의 승리를 분석한 이유다. 황 당선자도 "불과 5분전까지 박빙으로 알고 있었고 과거와 같이 2차 투표까지 가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의외의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협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황 전 회장을 바라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 곱지만은 않았다. 직전에 KB금융지주 회장에 재도전해 고배를 마신 탓에 금융계 빈자리마다 욕심을 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워낙 거물급 인사로 평가받다보니 고개를 숙이고 현안을 해결해줄 '마당쇠'가 절실한 업계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현직에서 오랫동안 떠나 있어 현장 감각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나왔고, 은행 쪽 인사로 분류된 점도 약점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힘있는 협회, 섬기는 협회'를 내세우며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대외협상력과 실행력을 강조한 황 전 회장의 전략이 주효하면서 이같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관계를 아우르는 넓은 인맥과 삼성투자신탁운용 사장과 삼성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회장 등 거치면서 쌓은 전문성 등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 여건 악화로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금융투자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각종 규제완화를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대표도 "핵심 공약을 업권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 호소가 회원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황 전 회장은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 주식투자 비중의 확대,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과 정착 지원, 한국형 개인저축계좌 조기(ISA) 정착, 소득공제 장기펀드 가입대상 확대, 펀드과세 개선방안 모색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거래세 인하와 파생상품 시장규제 완화(업계전체), 방문판매법 조속입법 추진(증권업), 해외투자펀드 분리과세(자산운용업) 등과 같이 업권별로 시급한 현안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51%'의 지지가 황 당선자의 어깨를 짓누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금융계를 떠났던 지난 5년여간 '절치부심'하며 쌓아온 내공으로 금융투자협회의 위상을 높여 잊혀졌던 '검투사'라는 별명을 다시 찾을 수 있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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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환 기자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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