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거인

[기고]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거인

이준석 특허청 차장
2015.07.24 06:13
이준석 특허청 차장./사진제공=특허청
이준석 특허청 차장./사진제공=특허청

'내가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업적을 치하하는 사람들에게 겸손하게 말하며 기존 연구결과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창조경제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현 시대에서의 창조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낸다는 사전적 의미보다 선구자들의 업적을 토대로 이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더 가까운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가깝고도 든든한 거인의 어깨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답이 특허라고 생각한다.

특허에는 약품 합성법, 음식 조리법, 회로 설계법 등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지식들이 담겨있다.

더욱이, 특허의 세계에는 누구에게나 허용되는 거인의 어깨가 있다.

보호기간 20년이 지나거나 중도에 시장성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포기한 소멸특허가 바로 그것이다.

연매출 1조원 미만에 불과했던 이스라엘의 제네릭 의약품 회사 테바(Teva)는 비듬 치료제, 위장약 등 시효가 만료된 유명 제품들의 특허를 활용해 오늘날 연매출 20조원 규모의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3억50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애플사(社)의 중흥을 이끈 MP3 플레이어 아이팟은 영국 발명가 케인 크레이머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포기한 디지털 음악 재생기 특허로부터 탄생했다.

최근에도 그 가치가 무궁무진한 블록버스터급 특허들의 독점배타적인 권리가 끝나가고 있다.

의약 분야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2015년 9월 소멸),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2015년 10월 소멸)와 같이 수백 억 원대 처방액 규모를 갖는 약품들의 물질특허가 곧 만료된다.

3D 프린팅 분야에서도 거의 모든 종류의 금속으로 물품을 쉽게 프린팅 제작할 수 있는 금속 적층법에 대한 특허(2014년 8월 소멸)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기업들이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그러나 누구의 어깨에 올라갈 것인지,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소멸특허 역시 함부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들이 물질에 대한 특허가 사라져도 그 물질의 용도나 제조방법을 보호하는 특허 등으로 기존 특허 제품의 독점권을 계속 유지하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화이자(Pfizer)의 비아그라 물질특허 만료 후 복제약을 판매하던 중 후속의 용도특허와 디자인권 분쟁으로 곤혹을 겪은 사례는 유명하다.

특허청은 이러한 기업의 애로를 해소키 위해 소멸특허의 공공이용 확산을 위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용한 소멸특허의 성공 사례를 심층 분석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소멸특허와 후속특허들과의 권리관계를 철저히 파악, 소멸특허 사용 과정에서 분쟁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신제품 및 신사업 발굴의 가능성도 제시해 준다.

뉴턴이 갈릴레이, 케플러, 데카르트의 업적으로부터 3대 운동법칙을 정립해 물리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듯이 우리 기업들도 소멸특허를 발판삼아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선 또 다른 거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특허청은 우리 기업들이 보다 높은 곳으로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충실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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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구 기자

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허재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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