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정치, 꼭 선거 닥쳐야 하나?

[MT 시평] 정치, 꼭 선거 닥쳐야 하나?

정태연 기자
2016.01.13 02:48

우리는 새해 벽두부터 여러 어려움과 현안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대외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 와중에 선거구 획정의 문제, 정당의 개편이나 인재의 영입과 같은 정치적 사안들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우리의 정치를 좀 더 수준 높은 단계로 격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반갑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늘 있어온 그들만의 리그의 한 장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을 수는 없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 성공에 비해 비물질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사회에서 살아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정치적 현실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정치가 소박한 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상식과 보편의 수준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지금의 여러 정치적 갈등이 발전적 변화를 위한 노정에 있기를 희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서도 총선을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이면 이와 비슷한 일들이 되풀이된 과거를 볼 때 정치인들의 진의에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이익을 옹호하고 손해를 방지하는 쪽으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의 당사자들 중 어느 한쪽을 양보하지 않는다거나 자기 이익만 생각한다고 일방적으로 비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반대쪽도 이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해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셈법은 시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어떤 사안이 지금보다는 먼 미래에 발생할 때 그 사안을 이해득실의 측면과 좀 덜 결부시킨다. 말하자면 먼 미래의 사건에 대해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형평에 맞게 사고하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선거구 획정의 문제를 이러한 심리적 원리에 대입해 보면 지금 시점에서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꽤 유감스러운 일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 사안에 대하여 누가 온전히 객관적이면서도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겠는가? 국회의원 임기 4년 중에서 3개월을 남겨두고 이처럼 민감한 문제를 다룰 수밖에 없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개탄스럽다. 인구수와 같은 가변적 요인들을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측면까지도 모두 고려한 원칙을 미리 만드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당의 개편이나 새로운 인사의 영입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새로운 정당과 새로운 인재로 곧 다가올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는 논리는 과거에 한 것보다는 앞으로 할 것에 기반해서 투표해 달라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면 이 사회의 정치가 이와 같은 유권자의 기대를 충실히 지켜왔는가? 적어도 지금까지 정치는 그러지 못한 쪽에 더 가깝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정황을 고려할 때 유권자들은 새로운 창당이나 인재의 영입도 혹시 총선용이지는 않을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 어렵다. 좀 삐딱하게 보면 “그동안 뭐 하고 있다가 정치개혁을 왜 꼭 선거를 앞두고 한다고 이 난리지? 그렇게 훌륭한 인재면 진작 영입해서 이 탁한 정치판을 바꾸도록 했어야 하지 않나?”와 같은 질문을 할 수도 있다. 프로야구선수의 연봉도 앞으로 얼마나 잘할지 그 가능성보다는 지금까지 얼마나 잘했는지에 기초해서 산정한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도 이와 달라야 할 근거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훌륭한 의사결정에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의사결정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 규칙을 당장 만들기보다는 미리 마련하기가 더 용이할 뿐만 아니라 그럴 때 사람들은 그 규칙으로 인한 불이익을 더 잘 감수한다. 또한 정치가 선거와 맞물린 일시적인 바람몰이가 아니라 장기적인 비전과 실천에 근거할 때 장수할 수 있다. 국민들은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정치를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