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3개월 이후 아파트 가격을 전망하는 KB국민은행 부동산전망지수가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하락했다. 부동산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자 지난해 말에 1차례 일었던 과잉공급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나 연구기관은 지난해의 부동산시장이 과열됐고 분양 등 공급 또한 적정치를 넘어서서 앞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거래활성화를 위해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던 정부로선 당황스러운 이야기다. 그러자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과 업계가 출연해 설립한 주택산업연구원은 ‘공급과잉은 없다’ ‘공급과잉 진단은 시기상조’라는 보고서를 서둘러 내놨다.
과연 과잉공급이 아닐까. 우선 분명한 것은 지난해의 공급관련 지표들을 보면 하나같이 예년의 평균을 한참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51만5975가구로 2014년 물량(33만854가구)보다 55.9% 폭증했다. 이는 2003년 이후 최대로서 2000~2014년 평균 27만가구의 2배에 해당한다. 또한 정부의 연간 총주택수요량 39만가구를 1.3배나 웃도는 물량이다.
아파트 분양물량은 2011년부터 적정치(25만가구)를 계속 웃돌아 공급과잉이 누적됐다. 지난해 주택인허가 물량은 총 74만가구(추정치)로 2014년(62만2556가구)보다 20%가량 늘었다. 이는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가 들어선 1990년(75만가구) 이후 25년 만의 최대치다. 인허가 물량 중 당해 연도에 착공되는 비중이 30%에 내외에 불과하지만 지난해엔 61.4%가 착공돼 분양물량 폭증에 힘을 더하고 있다. 입주물량은 2014년부터 과대공급으로 전환돼 2014년 26만3245가구, 2015년 26만5031가구였지만 올해는 28만3000가구로 6년 만에 최대가 된 후 2017년 17%, 2018년 45%로 계속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감정원과 주택연구원의 보고서는 과거 공급분 부족의 충족, 멸실주택 증가 및 가구분화에 따른 수요 확대, 무주택자의 매수전환 수요 등에 의해 수요가 충분해 과대공급이 과잉공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미분양도 물량자체(약 5만가구)가 적고 2008년 최고점의 30%에 불과해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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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이 아니다’라는 양 기관의 진단은 크게 4가지 요소에 근거한다. 첫째, 예년의 평균(5년)에 비해 지난해 분양 등이 과대공급됐지만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둘째, 일시적으로 과대공급이지만 앞으로 2~3년 시장수요가 충분하다. 그 근거로 멸실주택에 따른 수요상존, 가구분화에 따른 수요증가 외에 과거(특히 2008년 이후) 공급부족분의 회복수요와 임대차시장의 매매전환수요를 핵심으로 꼽는다. 셋째,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공급 축소다. 넷째, 최근 거래위축 혹은 미분양 증가는 공급증가 뒤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심리적 위축에 의한 것이다.
4가지 근거는 모두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공급자 관점이 철저히 투영돼 있다. 2015년 분양물량(52만가구)이 2014년보다 55.9% 폭증한 것은 분양가상한제 철폐, 초저금리, 청약 1순위 완화, 전매제한 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유예 등 파격적인 규제완화정책에 의해 수요를 부추긴 결과다. 고도성장기 이후 매매수요 위축 혹은 임대수요로의 전환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전·월세 수요자가 매매수요자로 계속 전환도 마찬가지다. 최근 분양 폭증은 청약 1순위 자격이나 전매제한 완화 등에 힘입은 유주택자가 대거 몰려들고 전·월세난에 떠밀린 일부 무주택자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동원된 결과다. 인위적인 부양책이 거둬지면 급격히 위축될 수요다. 시장수요가 있다는 믿음이 계속되는 한 건설사들의 밀어내기식 분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공급자 관점으로 시장흐름을 자의적으로 읽고, 과잉공급을 방치하거나 심지어 부추기면 그 피해자는 결국 정부정책을 믿고 집을 산 소비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