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국민연금기금 복지 활용과 포퓰리즘

[MT 시평] 국민연금기금 복지 활용과 포퓰리즘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2016.03.0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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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이슈가 사라진 이번 총선에서 그나마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은 국민연금기금을 복지투자에 활용하겠다는 공약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기금을 공공어린이집, 공공노인요양시설, 공공임대주택, 공공병원에 투자할 것을 공약에 포함하면서 복지정당의 면모를 새로이 하고자 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를 국민연금 기금을 불안하게 하는 포퓰리즘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실상 국민연금기금을 복지정책에 투자하면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복지재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복지수준은 아직 낮지만 복지를 위해 세금과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경제성장은 정체되어 있고 보험료를 안정적으로 내는 근로자층도 갈수록 얇아지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연간 86조원씩 새롭게 축적되는 국민연금기금은 복지 확대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우려되는 거대 기금 리스크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2015년 500조를 넘었고 2035년에는 국민총생산의 5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은 기금을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국내 주식시장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고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는 상당한 투자위험이 있다. 이 뿐 아니라 국민연금기금은 2043년까지는 증가하다가 그 후에는 급속히 감소하여 2060년에는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총생산(GDP)의 45%가 넘는 돈이 급속히 사라지는데 이러한 충격을 금융시장이 견뎌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기금의 일정부분을 생산적으로 지출하는 것은 거대기금의 소진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약의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기금의 활용에 대한 대부분의 제안들이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좌절하였다. 가장 최근의 예가 2013년 기초연금 도입이었다. 당시 박근혜정부는 기초연금 재원의 일부를 국민연금기금을 통해 조달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 제안에 대한 국민들은 저항은 너무나 강력하여 기초연금 도입 계획 전체를 위협할 정도가 되었다. 당시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가 국민연금기금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포퓰리즘 세력으로 비판받았다. 박근혜정부는 조달계획을 포기하였고 이 때문에 국민연금 기금이 노인빈곤 해결을 위해 투입될 좋은 기회도 사라졌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정부와 전문가들은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민연금을 자신의 개인적 저축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저축한 돈을 기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사실상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간 정부는 연금보험료 납부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연금을 다른 민간보험보다 수익률이 높은 노후재태크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선전해 왔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민 개인의 재태크나 저축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제도이며 개인의 기여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즉, 국민연금기금은 원칙적으로는 세금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운용할 수 있는 국가 자산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국민들이 정부의 기금관리능력과 의도를 불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민간보육시설 설치사업, 외환위기시 생활자금 대부사업, 소규모 시범적인 복지타운 사업 등이 국민연금기금으로 실시되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되었다. 국가의 기금운영능력에 대한 불신은 특히 기존의 기금운용방식 때문에 유발되었다. 김영삼정부 하에서는 ‘공공자금관리기본법’에 따라 정부가 적절한 법적 절차 없이 연금기금을 임의로 활용하였다. 김대중정부 하에서 이러한 점들은 개선되었지만 이후 국민들은 정부가 기금을 전용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국민들의 이러한 시각이 변화하지 않는 한 국민연금기금의 복지 활용은 국민의 저항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기금 활용을 시도하는 공약을 포퓰리즘 공약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대중적 지지를 획득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사실은 좋은 정책인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국민들의 편견과 오해는 많은 부분 지난 시기의 정부 정책에서 비롯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시각을 바로잡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회복이 중요하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그 간의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고 국민연금기금의 활용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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