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7만원'은 어정쩡한가

'축의금 7만원'은 어정쩡한가

김주동 기자
2016.05.12 06:01

[우리가보는세상] '7=행운의 숫자'라지만 상품권 시장서도 인기 적은 '7만원'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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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9일 발표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령을 보면 경조사비는 10만원이 한도다. 권익위는 이와 관련해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공개했는데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

지난해 7월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적절한 경조사비' 기준을 묻는 질문에 5만원이 45.5%로 가장 많았고 10만원이 37.5%로 뒤를 이었다. 그 다음은 20만원(7.8%)이었고 가장 적은 응답은 7만원(6.3%)이었다. 5만원과 10만원 사이에 선택지가 있었지만 택한 사람은 적었다.

지난달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1664명을 대상으로 한 '경조사비'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 경조사 한 번 참석할 때 얼마를 쓰냐는 물음에 가장 많은 60.3%가 5만원, 24.1%가 10만원이라고 답했다. 7만원은 7.8%로 3만원(5.7%)보다 조금 높은 수치를 보였을 뿐이다.

7은 흔히 행운의 숫자라고도 불리는데 7만원은 별로 인기가 없다. 이런 현상은 선물로 많이 쓰이는 상품권에서도 볼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3년 8가지 종류 상품권 중 '7만원권' 발행을 중단했다. 이유는 수요가 적어서인데 5000원권과 3만원권이 아직 나오는 것과 대비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상품권은 예상대로 10만원권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축의금 7만원 내도 괜찮은가?'와 같은 글이 꽤 많이 보인다. 어딘가 불편함을 주는 액수인 듯하다. 경조사비 7만원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은 이런 의견을 보인다.

"3만원 때문에 찜찜해 하느니 좀 더 쓰고 다른 데서 아껴라", "5만원보다 낯뜨거운 액수"…. 7만원이 주는 느낌이 5만원보다 더 낸 것보다 10만원 쓰려다 뺀 것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7만원을 냈다가 받은 사람이 엄청 웃었다는 사례도 있다. 5만원권 지폐가 나오면서 7만원을 내기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있다. 1만원짜리를 쓰는 게 어딘지 불편하다는 것이다.

앞서 본 설문조사에서 많은 직장인들은 "경조사비가 부담된다"(82.8%)고 했지만 괜히 뒤가 찜찜해 격식에 더 신경 쓴다. 축의금으로 7만원을 내본 어떤 사람들은 씁쓸한 현실적인 이유를 댔다. 결혼식장에 배우자(혹은 친구)와 같이 갔는데 밥값을 생각해보니 5만원으론 안되겠더라는 것이다.

7만원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혀 마음 편히 내고 싶다는 의견들도 있다. 아직 우리 사회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고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게 현실이다. 5만원과 10만원 사이의 어떤 액수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됐다.

사실 3만원, 5만원이거나 6만원, 7만원이거나 자신의 상황에 맞춰 한 경조사비가 축하나 위로의 뜻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한 네티즌의 솔직한 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상한가요? 당시 내 마음은 7만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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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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