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이 있다. 구체화돼 누구든 다 알게 된 투자정보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 말은 공시제도의 허점을 명쾌히 설명한다.
공시제도는 투자자들에게 상장사 관련 경영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고 공정한 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생겨났다. 하지만 이미 정보가 유통돼 주가에 반영된 경우, 공시는 오히려 투자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엠에스오토텍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부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이 공시 이후, 엠에스오토텍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일주일 동안 약 23% 속절없이 하락하며 지난 19일 6680원에 장을 마감했다.
공시가 나온 직후인 지난 13일 오전, 이 회사 주가는 급등세로 시작했다. 장중 한 때 전 거래일 대비 25% 오른 1만800원까지 올랐다. 공시를 접한 뒤 최고점에서 주식을 사고, 일주일 뒤에 손절한 투자자가 있다면 일주일 만에 40% 이상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비상식적인 주가 흐름의 원인은 주가가 공시 이전에 이미 많이 올라서다. 공시 당시 회사 측이 밝힌 테슬라와의 계약일은 지난달 8일. 이로부터 34일이 지난 시점에 공시가 나온 것이다. 계약일과 공시일의 간극에서, 공시되지 않은 투자정보를 가진 이들은 2배의 수익을 올렸다. '소문에 사고 공시에 파는'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이 기간 일일거래량은 무려 14배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정보가 공시 이전에 유통되는 경우 주가와 거래량이 급변한다는 것이 시장의 정설이다. 미공개정보 이용 정황이 확실하게 드러날 경우, 사후에라도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부정수익에 대한 거래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미공개정보 이용 조사 절차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단에서 시작된다. 여기에서 어느 정도 단서가 잡히면 금융당국으로 사건이 이관된다. 이때까지 약 한 달이 소요되는데, 급한 경우 패스트트랙이 적용돼 검찰이 곧바로 조사에 착수한다. 금융감독원은 이상 징후가 드러난 계좌를 추적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조사단은 압수수색 등 강제성 있는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 검찰은 체포를 포함,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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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시 이후 투자해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구제받을 길은 따로 마련되지 않았다. 공시를 믿은 대가는 오로지 이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