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단통법=斷通法?

[광화문]단통법=斷通法?

정보미디어과학부=성연광 부장
2016.06.21 03:17

이렇게 말 많고 탈 많았던 법이 또 있을까. 재작년 10월 시행에 들어간 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말이다.

정부가 단말기 지원금 상한 규제를 사실상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본지 첫 보도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지원금 상한 규제는 지원금 의무 공시 규정과 함께 단통법의 양대 핵심 조항으로 현재 최대한도 33만원으로 지정된 지원금 상한선을 출고가 이하로 조정하려 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이 조항은 일몰 규제로 1년 3개월 뒤면 사라지지만, 고시 개정을 통해 조기에 무용지물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지원금 상한 규제는 제조사들이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고 중저가폰 출시가 확대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면 시장에서 “싸게 파는 것도 죄냐”며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정부가 이 규제에 손을 대려 한 것도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절차’와 ‘명분’에 있다. 지원금 규제 정책의 주무부처는 엄연히 방송통신위원회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금 상한제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방통위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방송통신위원장이 “단통법 시행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들이 안착되고 있다”며 지원금 상한액에 손댈 의사가 없음을 피력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느닷없다. 정책 결정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3월 말 청와대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관계부처 단통법 대책회의 이후 조기 폐지쪽으로 정부 방침이 급선회했다는 후문이다. 물론 정부가 정책을 만들거나 바꾸는 과정에서 부처간 조율과 조정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시장과 소비자에 미칠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의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통법 제정 당시 지원금 규제 정책을 방통위가 맡도록 한 것은 어느 정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해서다. 방통위는 다른 정부부처와는 달리 여야 합의제 기구다. 5명의 상임위원이 주요 정책사항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만큼은 초기 논의 과정에서부터 상임위원들이 배제됐던 모양이다. 야당 추천 위원들이 즉각 “어떤 논의나 공식 보고를 받은 바 없다”며 “방통위 외부에서 내리꽂기식 정책결정을 강요할 경우,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다수결로 진행되는 방통위 의사결정 구조상 위원장을 포함해 여당 추천 위원이 과반을 넘으니 어떤 정책이든 현 정부 의지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판단은 방통위를 단순 ‘거수기’로 보는 인식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단말기 상한규제 개선 검토 사실을 시인한 직후 휴대전화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주무부처 주도로 충분한 의견수렴과 영향도 분석 등을 통해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함에도 외부적 요인에 따라 언제든 주요 정책이 뒤바뀔 수 있다는 불신 탓이다. 시행 효과면에선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은 단통법은 현 정부 입장에서 ‘떼버리고 싶은 혹’ 같은 존재였던 게다. ‘내수 진작’이라는 명분보다는 차기 대선을 앞두고 부정적 여론을 줄여보겠다는 속내가 더 강하게 작용했던 게 아녔을까.

사실 단통법은 태생부터 나쁜 법이다. 규제 완화 추세에 역행한 시장통제법이었던 까닭이다. 그나마 단통법이 일부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왜곡된 시장을 정상화해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법 시행 2년도 안돼 핵심 조항을 없애겠다는 것은 결국 당국 스스로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부터라도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단통법 시행 효과에 대한 종합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시장 검증에 기반하지 않은 정책 개선 논의는 또다른 시장 왜곡을 초래할 뿐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